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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영하 10도에 산악 사고... 10시간 구조 분투 대원들도 동상 걸려

입력
2024.12.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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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여 헬기 이송 불가, 필사의 심야 구조대
어둠 헤치며 낙상 사고 30대 안전하게 구조

경기 양평소방서 119구조대가 22일 오후 산악 사고를 당한 30대를 심야에 구조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 양평소방서 119구조대가 22일 오후 산악 사고를 당한 30대를 심야에 구조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 양평군의 산속에서 낙상 사고를 당한 30대가 혹한의 기상 여건으로 헬기 이송이 불가능한 위기를 맞았지만 약 10시간에 걸친 119구조대원들의 분투 덕에 무사히 하산했다.

22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8분쯤 상황실에 "용문산 백운봉에서 하산하던 중 낙상했다"는 30대 A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산을 내려오다 잠시 휴식을 위해 나무에 기댔다가 나무가 부러지면서 추락한 상태였다.

엉치뼈 등을 다친 A씨는 자력으로 하산이 불가능했다. 도소방재난본부 상황실은 A씨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며 위치추적을 했고, 양평소방서 119구조대 2팀 김권섭·우요한 소방교 등 6명과 구급대원 2명이 용문산 백운암에 집결해 구조 작업에 돌입했다.

구조 경험이 많은 대원들의 대응은 침착했다. A씨의 휴대폰 배터리가 16%밖에 남지 않은 점을 확인, 구조 과정에서 연락이 끊기는 걸 막기 위해 일단 전원을 끄고 30분마다 휴대폰을 켜 연락을 하도록 했다.

구조대원들은 등산로도 없는 눈 쌓인 산길을 헤치며 A씨를 찾아 나섰다. 결국 최초 신고 시간으로부터 약 2시간 50분 만인 오후 7시 56분쯤 경사가 가파른 계곡 인근에서 A씨를 발견했다. 구조 매뉴얼에 따라 A씨를 산 정상 부근으로 데려가 헬기에 태우면 이날 구조 활동은 종료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제에 부딪혔다. 착륙 지점에 쌓인 눈 때문에 출동한 헬기가 착륙하지 못하고 철수하면서 혹한의 날씨 속 구조활동을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대원들은 보온장비로 싸맨 A씨를 들 것에 옮겨 이송했고, 일부는 안전한 하산 길을 찾았다. 이날 오후 10시쯤 용문산의 기온은 영하 6.5도였고, 이튿날 새벽 2시에는 영하 10.4도까지 떨어졌다.

구조가 길어지자 A씨는 근육통, 경련, 구토 증세, 저체온증을 호소하다 쓰러졌고 구조대원들도 저체온 증상에 시달렸다. 다행히 관내에서 진화 작업을 마친 같은 소방서 공흥119안전센터 구급대원 3명과 진압대원 3명 등 6명이 현장에 추가 투입되면서 하산에 속도가 붙었다. 결국 사고 다음날 새벽 3시 16분쯤 A씨 하산이 완료됐다.

양평소방서 관계자는 "야간에 강추위, 기상 악화, 험준한 지형이라는 난관 속에서도 출동 대원들과 119종합상황실의 지휘로 A씨를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며 "10시간이 넘는 구조활동을 마친 대원 중 일부는 복귀하고 나서야 귀가 동상에 걸렸고 손발이 퉁퉁 부은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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