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 연출가 프로덕션과 결별…"아마추어 수준 연출 강요" vs "개런티만 요구"

22~31일 코엑스D홀 대형 오페라
개막 당일 이메일로 언론에 "연출 철회" 밝혀

다비데 리버모어(왼쪽 사진) 연출가와 박현준 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 총감독.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캡처·연합뉴스

22~31일 7,000석 규모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D홀에서 공연되는 대형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가 개막 당일 연출가가 연출 철회 의사를 밝히는 파행을 맞았다. 제작사 측은 예술총감독의 연출로 공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공연의 연출가인 다비데 리버모어는 22일 오전 언론에 보도자료를 보내 '어게인 2024 투란도트' 프로덕션과 결별하며 그 예술적 결과물을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프로덕션을 총괄하는 박현준 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 예술총감독의 "비전문적인 아마추어 수준의 권위주의적 강요"를 결별 이유로 밝혔다. 리버모어는 박 감독이 2003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던 야외 공연 '투란도트' 연출가였던 장이머우 감독의 무대 동선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리버모어는 또 이번 공연이 자신의 연출작 수준에서 크게 벗어났다며 "계약상의 지불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품질 기준이 결여된 프로덕션과 내 이름이 연관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도 했다.

'투란도트'의 작곡가 지아코모 푸치니의 서거 100주기에 맞춰 기획된 이번 '투란도트'는 박 감독이 기획한 2003년 공연을 기념해 '어게인 2024 투란도트'라는 제목으로 준비됐다. 대형 세트와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활용한 화려한 무대와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쿠라 등 유명 지휘자, 세계에서 주목받는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과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 브라이언 제이드 등 호화 캐스팅을 내세웠다. 연출가로 섭외된 리버모어는 올해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새로운 프로덕션의 '투란도트'를 연출했다. 이번 공연의 총 제작비를 최대 200억 원으로 공개한 제작사는 최고가 티켓을 국내 오페라 최고 수준인 100만 원으로 책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 앞에서 열린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현준 예술총감독, 지휘자 호세 쿠라 및 출연진. 연합뉴스

리버모어의 주장에 대해 제작사 측은 "2003년 상암 '투란도트'를 21년 만에 다시 코엑스에서 선보이면서 그 합의가 수개월 전 이뤄졌고 여러 차례 2003년 버전으로 준비하기를 요구했으나 연출가가 제작진의 의도를 전혀 경청하지 않았다"며 "제작진의 의도를 듣지 않고 연출 업무도 한 게 없는데 개런티 전액을 요구하는 비상식적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