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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 대신 구제 찾고, '욜로' 대신 '요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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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만 원에 해줘."
"아이, 이거 신품이 70만 원짜리야."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 구제옷 매장에서 흥정이 한창이다. 유명 브랜드의 17만 원짜리 다운점퍼를 놓고 고민하던 우모(65)씨는 결국 주섬주섬 지폐를 꺼내 가게 주인 김미자(67)씨에게 건넸다. 평일인데다 낮 체감기온이 영하 5도에 이르는 한파에도 동묘 구제시장을 향한 발길은 꾸준했다. 13년째 이곳에서 패딩, 점퍼 등을 팔고 있는 김씨는 "겨울 외투가 워낙 비싸니 많이들 온다"며 "주 고객은 장년층인데 올해 20, 30대 고객층이 처음 생겼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치솟는 물가와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꼼꼼히 따져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반면 청년층이 주도하던,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소비는 주춤한 모양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3.5% 올랐지만, 늘어난 건 주로 필수 지출(주거·수도·광열, 식료품, 보건 등)이다. 의류·신발 지출은 같은 기간 1.6% 감소한 11만4,000원에 그쳤고, 전체 소비지출 중 차지하는 비중도 3.9%로 역대 최저다. 고물가에 옷값부터 줄인 셈이다.
대신 옷을 저렴하게 파는 중고 의류 시장은 활발한 모습이다. 동묘시장에서 구제옷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26)씨는 "손님이 20~30%는 늘어난 느낌"이라고 예측했다. 2주에 한 번은 구제시장을 찾는 이서린(20)씨는 "구제옷도 아주 싸진 않지만 브랜드 신품에 비해선 낫다"고 설명했다. 두 달 전부터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에서 옷을 산다는 A(27)씨도 "약 30%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한때 '욜로'의 대표격이던 청년층 사이에서도 식비나 취미 비용 등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대학생 백모(20)씨는 "책은 원래 서점에서 샀는데 절약하려고 도서관에서 빌린다"고 말했다. 신유정(24)씨 역시 "돈을 아끼려고 쭉 배우던 베이스 기타 수업을 그만뒀고, 영화도 제값 주고 보기가 부담돼 헌혈로 표를 구한다"며 "예전에는 선뜻 하던 지출이 이제는 망설여진다"고 털어놨다.
비싼 외식 물가도 부담 요소다. 올해 11월 김밥·자장면 등 소비자 선호 외식 메뉴 8가지의 서울 기준 평균 가격 상승률은 4.0%(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이른다. 대학생 이은정(24)씨는 "외식 물가가 크게 올라 배달 앱을 지웠다"며 "요즘은 장을 봐 요리해 먹는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하루 지출을 0원으로 유지하는 '무지출 챌린지'도 유행이다. 일부 금융 앱은 '무지출일'을 달력 형식으로 보여줘 절약을 독려한다. 대학생 김주현(25)씨는 "소비를 하려다가도 무지출을 깰까 봐 참게 된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19일까지 '#무지출챌린지'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게시물은 1만5,000건이 넘는다. 불경기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절약은 인내를 요한다. 젊은 층들이 고통을 견디기 위해 '챌린지' 형태로 연대한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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