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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수석 '계엄 설계자' 노상원... 불명예 전역 후 뱀닭·점술로 생업

입력
2024.12.21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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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사들이 본 노상원 전 사령관>
육사 수석 입학... "권력욕" "위만 쳐다봐"
김용현과 수방사 55경비단서 첫 근무연
'부하 추행' 불명예 전역, 뱀닭·점술 생업
정보사 OB 비선 우뚝.... '롯데리아 회동'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JTBC 캡처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JTBC 캡처

6년 전 불명예 제대한 노상원(62·육사 41기)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12·3 불법계엄 사태의 '막후 설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계엄을 모의했고, 현직 사령관에게 "선관위를 장악하라"며 '계엄의 밤'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수사기관에서도 "퇴역 군인이 주도한 희대의 군정논란"이라며 혀를 찰 만큼 그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위만 쳐다보는 사람, 후배들의 기피 대상, 김용현의 심복'. 노 전 사령관을 현역 시절 가까이서 지켜본 전·현직 군인들은 그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계엄 사태 역시 그가 권력욕과 출세욕에 사로잡혀 존재감을 과시하려다 깊숙이 관여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35년 전 김용현과 근무연... "후배들 쥐어짜"

서울 관악구 남현동 수도방위사령부 입구.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남현동 수도방위사령부 입구. 연합뉴스

경북 문경 출생인 노 전 사령관은 대전고를 졸업한 뒤 1981년 육군사관학교 41기에 수석 입학했다. 보병 병과로 군생활을 시작했지만 소령 때 정보 병과로 갈아탔다. 이 무렵 '노용래'에서 '노상원'으로 개명했다. 김용현 전 장관과 함께한 첫 근무지는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대대(현 55경비단)로 알려졌다. 55경비대대는 청와대를 경호하는 근위부대로, 두 사람은 김 전 장관이 1990년 무렵 소령으로 이곳 작전과장을 맡을 때 노 전 사령관(당시 대위)이 제대장을 맡아 연을 맺었다. 두 사람과 함께 근무한 예비역은 "둘이 죽이 정말 잘 맞았다"고 회상했다.

노 전 사령관은 탁월한 심기 경호로 김 전 장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두 사람과 인연이 있는 군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대대장에게 잘 보이려고 후배들을 쥐어짜면, 노 전 사령관은 이에 동조해 부하들을 강하게 쪼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역은 노 전 사령관을 "사람 자체가 '흑백'이라서 중간이 없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인정하는 부하에겐 전폭적으로 일을 맡기고,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반 죽여서 짓밟았다"고 평가했다.

김 전 장관은 2007년부터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의 육군본부 비서실장으로 일했고, 김 전 장관 추천으로 노 전 사령관은 비서실 산하 과장급으로 근무했다. 이 무렵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수족처럼 일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군 관계자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고, 인맥과 라인을 만드는 데 열중했다"고 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을 통해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해 후배뿐 아니라 동기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안 좋았다는 전언이다.

불명예 제대에도 '비선 실세'.... "OB 이끌어"

12·3 불법 계엄사태 직전 전현직 정보사령관들이 회동을 가진 경기 안산시 롯데리아 영업점. 뉴스1

12·3 불법 계엄사태 직전 전현직 정보사령관들이 회동을 가진 경기 안산시 롯데리아 영업점. 뉴스1

노 전 사령관은 7사단에서 대대장과 연대장을 거친 뒤, 육군참모총장 수석전속부관, 대통령경호실 군사관리관, 777사령관, 정보사령관 등 핵심 보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8년 육군 정보학교장을 마지막으로 불명예 전역했다. 그해 국군의날에 여군 교육생을 강제추행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아 군복을 벗었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은 '산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 예비역은 "전역한 뒤 노 전 사령관이 생계를 위해 '죽은 뱀에서 나온 구더기를 먹인 닭(이른바 '뱀닭')을 팔았다고 안다"고 전했다. 최근엔 경기 안산에서 점술가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복을 벗은 뒤 군과 절연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오히려 '핵심 비선'으로 자리 잡았다. 자신이 사령관을 지낸 정보사의 OB(전직 간부) 모임을 주도한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특히 김 전 장관이 올해 9월 장관으로 취임하자, 군내에선 노 전 사령관 이름도 함께 회자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노상원 라인'으로 불리는 배모 준장이 김 전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들어갔을 때 '낙하산'이라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배 준장이 그뒤 요직인 연합사 작전처장이 된 것도 노 전 사령관 입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롯데리아 내란 모의'에 불려 나온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현직 대령 2명 역시 노 전 사령관의 '인사 영향력'을 의식했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문 사령관은 올해 여름 '블랙요원 리스트 유출 사건'과 자신이 연루된 '하극상 사건'으로 직무 배제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김 전 장관의 취임과 맞물려 유임됐다. 군 소식통은 "문 사령관 인사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노 전 사령관이 승진을 약속하며 현직들을 끌어들였을 수 있다"고 했다. 정보사가 점조직인 탓에 OB들이 노 전 사령관처럼 '블랙요원'으로 활동하며 인사에 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 내부에선 "희대의 군정논란" "최악의 군기문란"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보사 내부에서도 "조직이 쑥대밭이 됐다"고 아우성이다. 모든 게 노상원 전 사령관이 남긴 짙은 그림자다.

강지수 기자
최현빈 기자
허유정 기자
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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