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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폭등에 공급선 넓혔더니, 달러 비상…더 세진 고환율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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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 등 주요 제품에 들어가는 원재료인 국제 카카오 가격 급등으로 올해 내내 비용 증가의 무거운 짐을 덜어내지 못한 롯데웰푸드에 최근 고환율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2023년 3월 2,000달러에서 19일 1만2,500달러까지 여섯 배 넘게 치솟은 카카오 가격을 더욱 높여서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최악의 흉작을 겪은 주(主) 산지 서아프리카 말고도 중남미, 동남아 등으로 카카오 수입 지역을 다변화하며 위기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수입하는 물량 역시 환율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고 제품의 맛을 좌우하는 카카오 넣는 양을 줄이기도 어렵다. 카카오 가격과 환율이 오를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다.
마지막 카드로 제품값 인상이 있지만 여론과 소비자들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고 올해 6월 한 차례 올린 터라 꺼내기 쉽지 않다. 이에 롯데웰푸드는 내부에서 아낄 수 있는 비용을 최대한 찾아내고 있다. 예산 사업을 전년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ZBB'(Zero Base Budget) 시스템을 보다 깐깐하게 적용하는 식이다.
원·달러 환율이 이날 장중 1,450원까지 돌파하면서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가파른 데다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변수 '불확실성'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환율이 오르고 있는 이유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25년 금리 인하 속도를 낮추겠다는 예고에 더해 12·3 불법 계엄 사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출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등 혼란스러운 대·내외 상황이 뒤섞여 있다.
이런 고환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 중 하나는 롯데웰푸드 등을 비롯한 식품업계다. 주요 식품 기업은 밀가루, 팜유, 돈육 등 당장 필요한 원재료 재고를 미리 확보해 놓았지만 앞으로 필요한 물량을 살 때 환율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CJ제일제당은 원재료 구입을 책임지는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MI) 룸'을 통해 환율 상승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환율과 국제 시세 등을 따져 원재료 가격이 내부 기준보다 내려가면 현물 거래를, 더 오른다고 판단하면 선물 거래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직접 원재료를 수입하지 않는 식품 기업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국내 제분업계로부터 밀가루를 구매하는 농심이 한 예다. 제분회사가 환율 상승에 따른 원맥 수입 가격 인상으로 기업 간 거래(B2B) 밀가루값을 높이면 농심도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장기화한다면 평소 수입산보다 비싼 국내산으로 원재료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환율 급등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철광석과 석탄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외화로 결제하는 만큼 치솟는 환율은 고스란히 업체들의 비용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업계는 원자재 수입 가격 인상분을 제품가에 반영하는 등 해법을 찾고 있지만 글로벌 철강 경기 자체가 가라앉아 있어 통할지 미지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내년도 사업 계획을 짜는 10월과 비교해 10% 넘게 올랐다"며 "이 정도 변동폭이면 계획을 손봐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환율 상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료비, 항공기 임차비, 정비비 등 항공사 주요 비용은 달러 결제 비중이 커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용 측면에서 외화 노출도가 워낙 커 리스크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반도체, 가전 등 전자업계는 나은 편이다. 반도체는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를 수출로 방어하고, 가전도 세계 각지에서 원자재 조달 비용을 낮추는 현지 생산 기지를 두고 있어 환율 상승 여파가 작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에 뒤따르는 원자재 가격 인상, 수출액 확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손익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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