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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내고 판교로 갔다... 김용현 지시에 계엄 연루자들이 모인 이유

입력
2024.12.19 18:00
수정
2024.12.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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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갑여단장, 휴가 내고 판교행 정황
"보안·통합 임무수행·출동에 용이"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12·3 불법계엄 사태 당일 국군정보사령부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 판교가 군 지휘부의 또 다른 집결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용산 지하벙커에서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진두지휘하는 사이,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일련의 무리들이 정보사로 모인 것이다. 이들은 김 전 장관의 명령에 따라 휴가를 내고 판교로 향했지만, 정작 계엄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계엄 당일 판교 사무실엔 오후 6시쯤부터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과 김봉규 심문단장,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 태스크포스(TF)장, 그리고 파주에 주둔한 기갑부대인 2기갑여단을 이끄는 구삼회 여단장 등이 모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 모인 30여 명의 군 지휘관 대부분은 정보사 소속이었다. 이 외에 구 여단장과 방 TF장은 휴가를 내고 이곳을 찾았다.

군 관계자는 "구 여단장의 경우 3, 4일 이틀간 휴가를 냈다"고 전했다. 계엄일로부터 밤샘 대기 상황에 투입됐을 개연성이 높은 대목이다. 계엄 과정에서 구 여단장까지 판교 사무실에 끌어들인 건,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되지 않고 계엄 반대 시위가 격화될 경우를 대비한 소집일 거란 게 군 안팎의 관측이다. 전차와 자주포, 장갑차대대 등을 둔 2기갑여단 병력이 30~40㎞만 달려오면 서울 도심에 도달할 수 있는 데다, 2017년 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검토 문건’에 2기갑여단이 계엄군 편성에 포함됐던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다만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차 등을 보유한 기갑여단이 이동한 정황이나 이동을 준비했던 정황이 실제 있었냐'는 질문에 "(기갑부대) 병력이 출동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것은 없다"고 답했다. 여단장은 왔지만, 예하부대는 계엄에 맞춰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정보사 요원들은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이후 전개될 후속 작전을 위해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방 TF장이 판교에 간 것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계엄 당일 오전 11시 40분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오찬에서 김 전 장관이 '국회가 국방예산으로 장난질인데, 탱크로 확 밀어버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 자리에 참석한 방 TF장이 오후 휴가를 낸 뒤 판교 사무실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방 TF장은 물론 휴가를 승인한 조창래 국방부 정책실장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며 "당일 새벽 김 전 장관을 관저에서 만난 민간인 양모 씨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정보사령부가 위치한 안양이 아닌 판교의 예하부대에 모였을까. 전문가들은 ①보안 유지 ②통합 임무수행 ③빠른 출동을 치밀하게 계산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합참 공보실장을 지낸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정보사령관의 움직임은 물론 (구 여단장 등) 외부 인사들까지 통합해 임무를 수행하기 좋은 환경일 것”이라며 “(경부고속도로가 인접해) 서울 진입도 용이한 점, 이를 통해 계엄 관련 후속 임무를 수행할 때 일괄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준 기자
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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