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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랩은 난공불락 일본을 어떻게 뚫었나' 강철호 원티드 재팬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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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실패가 교훈이 됐죠."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일본의 채용 서비스(HR) 시장 규모는 약 91조 원이다. 5조7,000억 원인 한국 시장에 비하면 약 16배다. 그만큼 국내 HR업체들에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따라서 일본 HR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이 많지만 시장을 뚫는 것이 만만찮다. 리크루트 홀딩스, 라쿠텐 등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HR 회사들이 10개 이상 있으며 산업별 HR업체들까지 즐비하다. 그런데 지인 추천과 인공지능(AI)을 도입해 맞춤형 HR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 원티드랩이 난공불락의 일본 HR 시장을 뚫는 데 성공했다.
잠시 방한한 강철호 원티드 재팬 대표를 만나 일본 공략기를 들어 봤다. 2000년부터 20년 이상 일본에서 살아온 강 대표는 구글 일본 지사와 야후 등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일했고 지난해부터 원티드랩이 일본 진출을 위해 설립한 원티드 재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일본은 국내와 채용 문화가 다르다. 일본은 아직까지 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하는 경향이 강해 한국보다 이직이 적다. 이를 모르는 상황에서 2016년 일본 진출을 시도한 원티드랩은 실패를 겪었다. "활발한 이직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원티드랩의 장점인데 이직이 많지 않으니 AI의 학습 데이터가 잘 쌓이지 않았어요."
여기에 일본 채용 시장은 지인 추천이라는 원티드랩의 특징이 통하지 않았다. 원티드랩은 인재를 추천해 채용되면 추천자에게 일정 금액을 보상해 주는 지인 추천 제도로 인기를 끌었다. "일본은 추천 문화가 별로 없어요. 그러다 보니 원티드랩이 빠르게 이용자를 늘린 방법인 지인 추천이 통하지 않았죠."
이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원티드랩은 직격탄을 맞아 2020년 일본 지사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일본 진출을 포기하지 않고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한 뒤 지난해 원티드 재팬을 설립해 두 번째 공략에 나섰다.
원티드랩은 두 번째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새롭게 정비한 두 가지 무기를 내세웠다. 바로 저렴한 수수료와 제휴 사업 모델이다.
일본 HR 업체들의 수수료는 국내업체 수수료 7%에 비하면 4배 이상 비싸다. "일본은 아직까지 HR업체들의 디지털화가 덜 돼서 상당 부분 업무를 사람이 하다보니 수수료가 높아요. 추천한 지원자가 합격하면 연봉의 30~40%를 HR업체에 수수료로 줘요. 중요 직책이면 수수료가 연봉의 100%까지 뛰죠."
원티드 재팬은 국내에서 원티드랩이 받는 낮은 수수료 정책을 가져갔다.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해 수수료를 일본 HR업체들의 절반 수준인 15%까지 낮췄어요."
여기에 일본 HR 시장을 잘 아는 현지 업체 라프라스를 전략적 제휴사로 삼았다. 라프라스는 직원 35명의 작은 회사이지만 제휴 당시 정보기술(IT) 산업에 종사하는 개발자 3만5,000명의 정보와 800개 기업을 고객사로 갖고 있는 IT에 특화된 HR업체다. 이를 통해 원티드랩은 인력 정보와 고객사 확보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했다.
원티드 재팬은 원티드랩에서 성공한 AI 맞춤형 인재 추천 방식을 지난 1월부터 라프라스에 도입했다. "생성형 AI가 이력서 작성과 면접을 잘 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까지 무료 제공해요."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새로운 전략이 통하면서 새로 200개 기업과 계약을 맺어 전체 고객사가 1,000개를 넘어섰다. 이에 고무된 원티드랩은 지난 8월 라프라스에 직접 투자까지 하며 AI를 이용한 채용 대행 등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AI 채용 대행은 전문채용업체(헤드헌터)가 담당하는 특정 일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일(스카우팅)까지 AI로 자동화하는 것이다. "스카우팅이 자동화되면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어요."
라프라스에 지분 투자를 하고 신사업을 준비하는 것은 일본 시장 공략을 긴 호흡으로 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한국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1년 내 승부를 보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일본은 새로운 서비스나 사업을 받아들이는 이용자 수용성이 낮아요.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시간이 오래 걸리죠. 따라서 이용자와 업체 모두 서로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원티드랩은 일본에서 원티드랩이라는 사명과 서비스를 일절 내세우지 않는다.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라프라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훨씬 유리해요."
일본에서 오래 버티려면 비용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원티드랩은 1인 기업을 선택했다. 현재 원티드 재팬은 강 대표 혼자 근무하는 1인 기업 형태로 운영된다. 대신 서울 원티드랩 본사에 일본인 직원 1명이 근무한다. 강 대표는 원티드랩 전략을 일본 시장에 접목하고, 서울 본사의 일본인 직원은 일본 시장을 본사가 이해하고 전략 수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원티드 재팬은 국내 스타트업이 일본에 진출할 때 가교 역할을 하는 신사업을 할 예정이다. "일본 진출을 원하는 국내 스타트업에 일본인을 추천해 주는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또 국내 스타트업과 라프라스의 고객인 1,000개 일본 기업을 제휴사로 추천해 주는 사업도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죠."
강 대표는 신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다. 지난해부터 일본에 진출하려는 국내 스타트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 2회 이상 국내 기업이 일본 진출을 문의해요."
한국보다 낮은 일본의 인건비도 국내 스타트업에 매력적인 요소다. "2019년부터 한국의 대졸 초임이 일본을 앞질렀어요. 일본의 대졸 초임은 월 평균 23만 엔(약 213만 원)이에요."
여기에 달라진 일본 기업들의 분위기도 한몫한다. "요즘 일본 기업들은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처음부터 팀을 꾸릴 때 세계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외국 인재를 넣으려고 해요.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는 서비스와 제품 개발을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을 추구하죠. 그런 점에서 한국 인재들이 일본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열려 있어요. 이런 인재들은 일본 직원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죠. 이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어요."
일본 정부도 외국 인재 채용에 적극적이다. "일본 정부는 2040년에 인구가 1억 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외국인 채용 확대를 위한 제도를 잘 갖췄어요. 덕분에 채용 비자 등을 쉽게 받을 수 있어요. 다만 아직까지 일본 기업들은 원격 근무를 선호하지 않아 현지에서 살아야 하는 문제가 있죠."
앞으로 원티드 재팬은 라프라스와 긴밀한 협력을 위해 사무실까지 합칠 계획이다. "현재 도쿄 롯폰기에 위치한 원티드 재팬 사무실을 내년 1월 라프라스가 위치한 도쿄 신주쿠의 위워크 사무실로 합칠 예정입니다. 신주쿠 위워크를 한일 스타트업의 허브로 만들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원티드랩이 추진하는 일본 진출 '시즌2'의 성과를 전 세계로 확대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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