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스키타러 오려던 동남아 손님 발길 돌려… 국내 관광지 '찬바람'

입력
2024.12.23 08:30
수정
2024.12.23 10:30
구독

[닫힌 지갑, 주저앉는 경제]
<상> 울부짖는 상인들
경기침체에 비상계엄 사태 겹쳐 최악의 연말
음식점 등 매출 감소로 어려움 호소

이달 17일 오후 영업을 중단한 제주 제주시 구좌읍 월정해수욕장 인근 상가 앞에 메뉴를 홍보하는 현수막 한 장이 축 늘어져 있다. 제주=김영헌 기자

이달 17일 오후 영업을 중단한 제주 제주시 구좌읍 월정해수욕장 인근 상가 앞에 메뉴를 홍보하는 현수막 한 장이 축 늘어져 있다. 제주=김영헌 기자

지난 17일 오후 제주시의 유명 관광지 중 한 곳인 구좌읍 월정해수욕장 주변 상가들 앞에는 '임대'나 '매매'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었다. 늘 렌터카로 붐볐던 주차장은 비어 있었고, 관광객이 몰렸던 해변 옆 카페들도 손님이 띄엄띄엄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한산했다.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여름뿐만 아니라 일년 내내 관광객이 찾던 핫 플레이스였는데,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은 줄고 씀씀이도 예전 같지 않아 죽을 지경"이라며 "비싼 임대료는 그대로인데, 매출은 급감해 문을 닫는 가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경기 침체 속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내 관광지에는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있다. 주변 상인들은 연말 특수는커녕 당장 임대료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그 어느 해보다 춥고 절망스러운 겨울을 나고 있다.

대표적인 겨울철 관광지인 강원도의 스키장들도 비상계엄 사태에 된서리를 맞았다. 한 리조트는 스키 시즌을 앞두고 객실 100개를 찜했던 동남아 단체 관광객 12팀이 돌연 예약을 취소했다. 그중 싱가포르와 홍콩 관광객 일부는 일본으로 스키 관광 목적지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사태로 일부 국가가 한국 여행 주의보를 내리는 등 뒤숭숭한 정국이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스키 관광객은 씀씀이가 큰 편인데, 탄핵 사태가 졸지에 겨울 특수를 날려 버릴 위기를 몰고 왔다.

지난해 1,500만 명이 방문한 전북의 유명 관광지 전주 한옥마을 상황도 심상치 않았다. 올해는 10월 말 기준 1,135만 명이 찾았지만 연말로 접어들며 방문객이 크게 줄자 주변 상인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한옥마을 인근 남부시장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36)씨는 "연말 장사를 기대했는데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액이 반토막"이라고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황상택 전주남부시장 번영회 상무도 "주말이면 한옥마을 주변 주차장은 물론 골목까지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곤 했지만 올해는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며 "경기침체와 비상계엄 사태가 관광객들의 발길과 지갑을 모두 얼어붙게 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 김영헌 기자
춘천= 박은성 기자
전주= 김혜지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