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장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 판단해준 법원에 감사"

권태선 이사장, 해임처분 소송서 승소
방통위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 결정"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8월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차기 이사진 임명에 관한 법원의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이 방통위에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다.

서울행정법원은 방통위가 지난해 8월 권 이사장을 해임 처분한 것을 취소하라고 19일 판결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8월 MBC와 관계사의 경영 손실을 방치하는 등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권 이사장을 해임했다. 이에 권 이사장은 "이사장 취임 전인 2018·2019년 이사회의 일을 저의 책임으로 몰아붙인다"며 해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함께 신청한 해임 처분 효력 집행정지가 지난해 9월 받아들여져 권 이사장은 업무에 복귀했다. 당시 방통위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KBS·MBC 이사장을 모두 해임하면서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권 이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위법하고 부당하게 저를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진과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을 해임했던 방통위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요구한다"며 "그것이 권력의 도구로 전락해 언론의 자유와 자유민주적 헌법 질서를 유린해온 그동안의 잘못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권 이사장은 법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MBC가 오늘 이 순간까지 ‘권력에서 독립한 공영방송’으로 살아남아, 국민 여러분이 가장 신뢰하고 사랑하는 방송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집행정지 결정에서부터 이번 본안 소송에 이르기까지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판단해준 법원도 한몫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좀 더 용기를 내 주실 것을, 그리하여 위기의 시대에 민주주의의 단단한 버팀목으로 굳건하게 버텨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항소를 검토 중이다. 방통위는 "판결문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