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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이 돌아왔다… 그라모폰상 안겨 준 쇼팽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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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2개 피아노 협주곡 중 먼저 작곡된 2번은 오케스트라와 협연자의 긴밀한 상호작용보다 독주 악기의 기교와 서정적 감정 표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따라서 관객의 열광적 환호를 이끌어내는 곡은 아니지만, 쇼팽 연습곡 음반으로 세계적 음반상 그라모폰상(영국)과 디아파종 황금상(프랑스)을 받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연주 프로그램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파보 예르비 지휘의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내한 연주회는 유럽 클래식 음악계의 주요 음반상을 석권한 임윤찬의 탁월한 쇼팽 해석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임윤찬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모차르트 '돈 조반니' 서곡에 이은 두 번째 연주곡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의 협연자로 무대에 등장했다. 지난 6월 리사이틀 이후 6개월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 임윤찬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인사를 끝내기가 무섭게 연주에 돌입했던 과거와 달리 360도로 방향을 바꿔 가며 전 객석에 인사를 건네고 차분히 피아노 앞에 앉았다.
매 공연이 그렇듯 기교적으로 흠이 없었던 임윤찬의 이날 연주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다채로운 음색이었다. 예의 빠른 속도의 담대한 타건보다 공기를 머금은 듯한 여린 피아니시모가 이날의 감동 포인트였다. 그라모폰상 수상 당시 "현존 최고 수준의 '쇼팽: 에튀드' 해석"('그라모폰' 평론가 롭 코완)이라는 평을 들었던 임윤찬의 풍부한 표현이 빛나도록 조력자 역할을 한 오케스트라의 절제미도 돋보였다. 임윤찬은 앙코르로 내년 4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 연주를 비롯한 향후 주요 리사이틀 프로그램이 될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를 들려줬다.
2부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로 이어진 이날의 연주는 전반적으로 우아하고 감성적이었다.
한국 클래식팬이 사랑하는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자 예르비는 2004년부터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악단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고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이끌고 있다. 2015년엔 그라모폰상과 디아파종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내한은 2년 만이다. 예르비는 지난해에는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 무대에 섰다. 비브라토(현을 누른 손가락을 흔들어 소리에 울림을 주는 주법)를 절제한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연주는 담백하고 안온했다.
2부 연주 후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객석 환호에 예르비는 장기인 시벨리우스를 앙코르로 꺼내 들었다. 현악사중주곡에서 현악앙상블과 팀파니를 위한 곡으로 편곡된 '안단테 페스티보'를 연주한 뒤 선택한 두 번째 앙코르는 내한 때마다 종종 들려줬던 시벨리우스의 '슬픈 왈츠'였다. 2018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2022년엔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도 연주했던 곡이지만, 지휘자와 악단의 완벽한 합으로 들릴 듯 말 듯 조율된 피아니시모가 슬픔의 깊이를 더했다. 불과 보름 전 사회적 트라우마를 겪은 한국 청중을 보듬으려는 듯 예르비는 연주를 마친 뒤 여운을 길게 가져가며 지휘봉을 한참 후에야 내려놨다. 임윤찬과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무대는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한 차례 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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