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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실은 특전사 헬기, 승인 절차도 무시한 채 국회로 출동했다

입력
2024.12.17 22:20
수정
2024.12.17 22:3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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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방사 승인 후 비행 가능했지만
네 차례 거부, 경고에도 비행 강행
수방사 미승인 비행 "불법" 해석도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헬기가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헬기가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불법 계엄 사태 당시 707특수임무단 등 계엄군을 실은 육군특수전사령부 헬기가 비행 승인 절차도 무시한 채 국회의사당으로 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수도방위사령부에선 "비행목적 불분명" 등을 이유로 네 차례나 비행을 막아섰고, 뒤늦게 박안수 계엄사령관이 허가한 정황도 드러났다. 비록 계엄 상황이라 하더라도 절차를 무시한 비행은 모두 불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발표 이후 특전사 예하 특수작전항공단 602항공대대는 두 차례에 걸쳐 수방사에 긴급비행계획 승인을 유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①첫 요청은 3일 밤 10시 49분에 이뤄졌지만, 수방사는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다"고 보류했다. ②이후 5분 뒤 특전사는 R75(용산 대통령실 주변 상공)로 지역을 특정해 비행 승인을 다시 요청했으나, 수방사는 "비행목적 등에 관한 일체의 내용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그러자 602항공대대가 수방사 승인 없이 비행을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방사가 밤 11시 19분쯤 경기 이천 일대에 다수의 헬기가 이륙 후 수도권 방향으로 비행하는 상황을 자체 식별했다는 것이다. ③이에 수방사가 602항공대대와 합참지휘통제실, 특전사 등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탑승인원과 소속 외에는 정확한 비행목적을 확인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④이에 수방사는 밤 11시 25분쯤 한 차례 더 비상주파수를 이용해 헬기 조종사에게 미승인 비행이란 점을 재전파하고, MCRC(공군 중앙방공통제소)에도 유선으로 승인되지 않은 사항을 전파했다고 밝혔다.

수방사의 계속된 승인 거부와 경고에도 비행이 강행되자, 수방사는 결국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에게 안보폰으로 먼저 비행 승인을 건의했다. 정보작전참모부장이 이를 박 계엄사령관에게 전달하면서, 박 사령관에 의해 밤 11시 31분에서야 헬기의 R75 진입이 허용됐다. 이후 특전사 헬기가 R75에 진입해, 최종적으로 국회에 밤 11시 46분쯤 착륙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서울 상공에 대한 비행 허가 권한을 쥔 수방사 승인을 받지 않은 비행은 모두 '불법'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부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유권해석에 따르면, 국방부는 "수도권비행금지구역(P73) 비행 허가 권한은 '수방사령관'에게 있다"며 "비상계엄 시 비행 허가 등에 관한 사항을 별도로 정하고 있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에서도 계엄사령관이 비행 승인 권한을 넘겨받도록 한 규정이 없는 만큼, 수방사에 권한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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