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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 계엄 미리 준비했나... 사령관 회동서 '비상' '테러' 반복 언급

입력
2024.12.18 17:00
수정
2024.12.18 17: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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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근 "尹 3차례 회동서 시국, 비상 등 언급"
尹, 지난해 11월엔 여인형에 "계엄밖에 없다"
이후에도 3~4차례 논의... 여 "우려 표명했다"
갑자기 계엄 결정한 게 아니라 사전 준비 정황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년 전부터 비상계엄을 검토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구속된 사령관들의 진술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 사태 당시 수족 역할을 했던 사령관들과의 세 차례 회동에서 계엄 필요성을 내비쳤고, 고교 후배인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도 3, 4차례에 걸쳐 계엄에 관해 언급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사전에 계엄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어, 사령관들의 진술이 내란 혐의 관련 고의성 및 국헌문란 목적 입증을 위한 주요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올해 6월과 10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 전 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과 회동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고 사령관들은 듣는 자리였는데, 비상계엄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곽 전 사령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이 시국에 대한 논의, 테러, 비상 상황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곽 전 사령관이 구속되기 전에 그를 면담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지막 회동에서는 '계엄'이라는 (직접적인) 이야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도 검찰에서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11~12월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며 '(이런 걸 해결하기 위해선) 계엄이나 비상조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의중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윤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던 시점이다. 다만 여 전 사령관 측은 "윤 대통령이 왜 계엄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 현안에 대해선 언급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여 전 사령관에게 3, 4차례 계엄을 언급했다고 한다. 여 전 사령관은 이에 올해 5~6월쯤 윤 대통령에게 "계엄은 전시에 하는 것이지 평시에 하는 게 아니고, 요즘 군인들이 계엄을 받아들일 리 없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여 전 사령관 측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전역밖에 방법이 없었고, 전역해도 부하들에게 책임이 넘어가는 상황이었다"며 "지시를 이행해야 하지만 속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마음이 혼재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이전에도 계엄을 검토하거나 준비한 정황은 향후 법정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이 "감사원장 등 탄핵, 예산 편성 등 야당의 국헌문란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계엄을 검토하고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안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계엄의 목적이 '김건희 리스크' 같은 사적 동기나 정파적 이유라면, '나라를 위한 통치 행위'였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영 기자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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