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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대표 교육 정책 'AI 교과서' 갈등 격화···참고서로 쓰일 가능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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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학기부터 전국 초중고 교실에서 활용하기로 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교과서'가 아닌 '참고서(교육자료)'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당이 "학교 현장의 큰 혼란이 예상되는데도 정부가 졸속 도입하려 한다"며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미 검정 심사까지 마친 AI 교과서의 지위를 격하시키는 건 위헌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는데, 현장 교사들은 AI 교과서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은 실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교과서는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AI 교과서를 마치 계엄하듯 도입하려 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학교는 준비가 덜 됐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법사위원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AI 교과서 연수에 참여한 교사의 94%가 전면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AI 교과서도 계엄 선포하듯 배포하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스웨덴 등에서는 (디지털 교육 기기를) 보급했다가 에듀테크(교육기술) 기업만 이익 보고, 학생들의 문해력은 저하돼 종이 교과서로 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AI 교과서의 지위를 낮추는 데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올해 안에 이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실제 일선 학교에서는 현장 혼란과 가성비 문제 등을 우려하며 AI 교과서를 '과속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교순 초등교사노조 정책국장은 "AI 교과서가 도입돼도 종이 교과서와 함께 활용하는 것이라 교사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다만, 도입 속도가 너무 빠른 데다 큰 비용이 드는 데 비해 그만한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AI 교과서를 전국 초중고교에 도입하려면 조 단위 예산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AI 교과서를 시범적으로 써본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전체 학교에 도입하기에는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 중 어떻게 문제풀이를 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등 편리함은 있지만 챗봇 서비스(학생 질문에 AI가 답해주는 것) 등 핵심 기능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학생이 원의 정의를 알려달라고 물으면 "한 점으로부터 일정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하지만 사전에 입력된 답변이 없는 질문을 하면 "수업 내용에 대해 물어 달라"는 엉뚱한 답만 반복하는 식이다.
교육부는 AI 교과서의 지위가 전면 도입을 고작 3개월 앞둔 시점에 교육자료로 낮아지면 사회적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법사위에 출석해 "AI 교과서가 참고서로 격하돼 학교별로 도입 여부가 갈리면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일수록 새 기술을 통한 교육 기회를 박탈당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AI 교과서 개발에 큰 비용을 쏟아 부은 업체들이 법적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헌법 13조에는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 있다"며 "검정이 완료된 AI 교과서의 지위를 박탈하면 소급 입법 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AI 교과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국회 설득과 여론전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 13~1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서 AI 교과서 수업 시연을 참관한 교사·학부모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이날 내놨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은 'AI 교과서는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문항에 수업 참관 전에는 4.05점을 줬지만 참관 후에는 4.44점을 줘 인식의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이달 초 서울교사노조의 설문조사를 보면, AI전시본을 검토한 교사들은 학생의 집중력 저하 등의 이유로 90%가 도입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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