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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폭탄은 옛말... 야성 싹 뺀 이재명에 與 "벌써부터 대통령놀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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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 공세를 퍼붓던 더불어민주당이 야성을 접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야당 아닌 '제1당'으로 정국 안정화에 나서겠다며 연일 수권모드다. 국정안정협의체에 반발하는 여당을 달래고, 그간 남발해온 고위공직자 탄핵 카드도 무기한 보류시켰다. 이 대표는 한미동맹을 연거푸 강조하며, 안정적 리더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갈곳 잃은 중도 보수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행보다.
이 대표부터 달라졌다. 탄핵 정국 수습책으로 던진 '국정안정협의체'를 두고 여당이 즉각 반발하자, 16일 "모든 논의의 주도권을 국민의힘이 가져도 좋으니 꼭 참여해주길 부탁한다"고 하루만에 바로 자세를 낮췄다. "이제 여당이 어딨느냐. 제1당과 제2당만 있다"고 선전포고를 날렸던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제안에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한덕수 권한대행을 찾아가 당정협의체 카드로 맞불을 놨다.
이 대표의 양보는 정국 수습 주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데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당장 여야의 소모적인 기싸움으로 국정 수습의 골든타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 실제 이 대표의 이날 최고위원회의 메시지는 집권 여당 대표나 국가 최고지도자의 발언을 연상케했다. 이 대표는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에 내편과 네편이 어디 있느냐"며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우선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아예 여당모드로 돌아섰다. 민생입법은 물론 내년도 추가경정 예산까지 논의하겠다며 민생경제회복단도 꾸렸다. 헌법상 정부의 권한인 예산안 편성까지 민주당이 손을 대고 나선 것이다. 여당의 전유물이었던 추경 카드까지 민주당이 꺼내들자, 여야의 공수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무더기 탄핵 카드도 일단 보류 시켰다. 국정 혼선을 우려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카드를 접은 데 이어 11일로 예정됐던 강백신·엄희준 검사의 탄핵 청문회도 무기한 연기했다. 두 사람은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백현동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로, 여당에선 이 대표 방탄 탄핵이란 비판이 거셌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여당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물고 늘어지는 상황에서 역공의 빌미를 줄 필요가 있겠느냐. 지나가던 낙엽도 조심해야 할 때"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표는 탄핵 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탄핵 이후 민주당은 신중하고 엄중해야 한다"며 국정 수습의 책임감을 강조했다고 한다.
수권행보는 외교 안보로도 확장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를 찾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이사진과의 면담에서 "미국은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나라다. 대한민국과 미국 간 관계는 혈맹을 넘어 경제적, 총체적 동맹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연신 강조했다. 2021년 대선 출마 직후 "대한민국은 친일세력과 미 점령군의 합작으로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던 나라"라는 이른바 '미 점령군' 발언으로 한미동맹에 반감을 드러냈던 것에서 180도 달라진 태도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중도 보수층을 공략해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여당은 "벌써부터 대통령이 된듯, 대통령놀이에 빠지지 말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 대표의 국정협의체 제안과 한 권한대행에 대한 중립 요구를 두고 "월권"이라고 꼬집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권한 대행에게 현상 유지가 주 업무라고 말했는데 이 대표가 요구하는 추경은 현상 변경이냐, 유지냐"고 되물으며 "결국 민주당 당리당략에 따라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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