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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신약, 투여까지 '1달→1일' 단축… 암 치료 패러다임 또 바꾼 면역항암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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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혈액암(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4기 진단을 받은 60대 남성 A씨는 1차 치료 후 2년 10개월 만인 올여름 다시 암이 퍼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2차 치료를 시작했지만, 부작용이 심했다. 균혈증에 쇼크까지 와 생사를 오갔다. 가까스로 회복했으나, 병은 금세 다시 악화했다. 3차 치료를 해야 하는데, '기적의 약'이라 불리는 면역항암제(CAR-T)는 투여까지 한 달여가 걸려 기다리기 위험했다. 의료진은 대신 최근 국내 허가를 받은 또 다른 면역항암제(이중특이항체)를 썼다. A씨는 점차 회복됐고, 암세포도 줄어들고 있다.
A씨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국내에 13만 명(2022년 기준)에 이른다. 혈액암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악성 종양이며, 재발도 잦다. 이들이 쓸 수 있는 신약 두 가지가 건강보험 심의를 앞두고 있다. 환자에게 투여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는 기존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의료계의 관심이 쏠린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3차 치료용 신약인 '컬럼비'(제조사 로슈)와 '엡킨리'(애브비)가 오는 18일 열리는 보건복지부 중증 암질환 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에 올랐다. 이어 건강보험정책 심의위원회까지 통과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다.
컬럼비와 엡킨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환자에게 당일 바로 투여할 수 있어서다. 기존에 혈액암 3차 치료용으로 써온 '킴리아'(제조사 노바티스)는 환자에게 투여하기까지 준비 과정이 최소 4~5주가 걸린다. 환자 몸에서 면역세포를 채취해 암세포를 인지할 수 있도록 변형한(CAR-T) 다음 다시 주입하는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포 배양과 변형 과정이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진행된다. CAR-T 기술은 개인 맞춤형 면역치료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암 치료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지만, 3차 치료 환자는 대개 투약이 시급한 상태라 준비 기간이 긴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와 달리 컬럼비와 엡킨리는 세포를 채취해 미국으로 보낼 필요가 없고, 여느 주사제처럼 정맥이나 피하지방으로 투여하면 된다. 청소부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와 없애야 하는 암세포에 각각 결합하는 서로 다른 항체(이중특이항체)를 이어 붙여 만든 구조라, 세포를 별도로 채취·배양하거나 변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중특이항체 기술은 개인 맞춤형이 아닌 '기성품' 약을 만들지만, 표적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성능이 좋아 다른 암들의 신약 개발에도 활발히 응용되는 추세다.
의료계는 A씨처럼 급격히 증세가 나빠지는 혈액암 환자에게는 컬럼비와 엡킨리가 유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신속한 건강보험 등재를 요구하고 있다. 김상아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재발 이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기대여명이 평균 3~4개월로 낮아지고 진행도 빨라지니,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필수"라며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데도 우리 병원에서 올해 이미 치료 사례가 3건이나 나왔다"고 말했다. 컬럼비의 총약값은 1억 원 안팎으로, 비싸다. 그래도 4억 원 안팎인 킴리아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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