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확 바뀌는 빨간 우체통…'ECO'는 왜 새겨졌을까

우정사업본부 '에코 우체통' 도입
폐의약품?커피캡슐 회수 가능
연말까지 서울에 90여 개 설치

우정사업본부가 공개한 신형 'ECO 우체통'의 모습. 우정사업본부 제공

종이 편지만 넣을 수 있던 우체통이 40년 만에 확 바뀐다. 택배 시대에 발맞춰 소형 소포도 넣을 수 있게 된다. 또 커피캡슐, 폐의약품 등을 거둬들이는 자원 재활용 창구 기능까지 갖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연말까지 서울 종로구∙강남구 전역과 서울에 있는 22개 총괄우체국에 이 같은 에코(ECO) 우체통 90여 개를 우선 설치한다고 16일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작은 소포(2호 상자 크기∙27ⅹ18ⅹ15cm)를 우체통으로 발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체국 애플리케이션(앱) 또는 홈페이지에서 요금을 결제하고 '사전 접수 번호'를 소포나 우편물에 기록한 다음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친환경 기능도 강화됐다. 새 우체통에는 우편∙소포를 넣는 칸 옆에 'ECO(친환경)' 칸이 따로 생겼다. 여기에는 사용한 커피캡슐이나 폐의약품을 넣을 수 있다. 폐의약품은 전용 회수 봉투 또는 일반 봉투에 넣고 겉면에 '폐의약품'이라고 적어 함에 넣으면 된다. 커피캡슐은 원두 찌꺼기를 씻어낸 후 알루미늄 캡슐만 전용 봉투에 담아 넣으면 된다. 지금은 동서식품의 카누 캡슐만 가능하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추후 이용 가능 제품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또 우체통의 재질도 재활용이 어려운 섬유 강화 플라스틱에서 철제 강판으로 바뀌게 된다.

우체통의 변천. 우정사업본부 제공

이렇게 우체통의 기능과 모습이 바뀌는 것은 1984년 '빨간 우체통'이 등장한 이후 40년 만이다. 이는 편지 수거라는 우체통의 역할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다. 이메일, 카카오톡,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의사 소통 수단의 비중이 커지면서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감소하면서다. 이에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우체통을 업그레이드하고 나선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동네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ECO 우체통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