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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건강 빨간불···비만율 동북아 4개국 중 가장 높고, 당뇨병 늘어

입력
2024.12.17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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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중·비만 늘어나는 체중 양극화 심해
소아·청소년 당뇨 환자, 4년 새 26% 증가
혈당 높이는 밀가루·인스턴트 삼가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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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니까 괜찮겠지 싶었는데 몸무게가 점점 늘어나니까 이젠 걱정이 되네요.”

세종에 사는 박모(39)씨는 딸의 몸무게 때문에 고민이 크다. 현재 6세인 딸의 키는 124㎝지만, 최근 몸무게가 33㎏까지 늘어난 탓이다. 박씨는 “소아비만이 성조숙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해서 병원에 가봐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6세 여아의 평균 몸무게는 20㎏ 남짓이다.

소아청소년에서 비만‧당뇨병이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소아청소년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북아시아 4개국의 소아청소년 중 한국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이 가장 높았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도 1.19~1.41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고대안암병원과 순천향대 부천병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이 지난달 국제학술지(PLOS ONE)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 소아청소년의 과체중‧비만 유병률(2022년 기준)은 남학생이 43.0%, 여학생 24.6%로 4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이어 대만과 중국, 일본 순이었다. 세계보건과학자네트워크(NCD-RisC)의 소아청소년 비만율 데이터를 활용, 2010~2022년 5~19세 소아청소년 체중 분포 변화와 비만 유병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한국은 ‘체중 양극화’가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체중을 4단계(저체중‧정상체중‧과체중‧비만)로 구분한 결과, 정상체중군과 과체중군이 줄고 저체중군과 비만군은 늘어난 탓이다. 그로 인해 한국의 소아청소년 중 정상체중 비율은 남학생이 55.0%, 여학생이 73.3%로 4개국 중 가장 낮았다. 남학생의 경우 정상체중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일본(78.0%)이었으며, 중국(71.1%)과 대만(63.7%)도 한국을 웃돌았다. 여학생의 정상체중 비율은 일본(84.8%)과 중국(76.8%), 대만(75.5%) 순으로 높았다. 국내 소아청소년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뜻이다.

과체중‧비만 정도가 가장 높은 시기는 4개국 모두 10~11세였다. 비만 등 조절을 위해선 그 이전에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홍용희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의 증가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합병증으로 연결돼 국내 만성질병의 부담을 높이게 된다”며 “비만뿐 아니라 저체중도 소아청소년의 건강에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소아청소년 건강과 직결된 정상체중군 감소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체중과 비만은 학업 성적과 신체 성장‧발달 저하, 빈혈, 질병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고대안암병원 이윤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우리와 신체 조건이 비슷한 중국과 일본, 대만에 비해 국내 소아청소년의 건강 악화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도 크게 늘었다. 중앙대병원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진은 2017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데이터를 활용, 20세 미만 소아청소년 중 1형‧2형 당뇨병 첫 진단을 받은 환자 1만3,639명을 분석했다. 2형 당뇨병은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 내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 질환이다.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해 앓는 병이다.

그 결과, 코로나19 대유행 이전(2017~2019년)보다 대유행 이후(2020~2022년) 동안 20세 미만 소아청소년에서 1형 당뇨병은 1.19배, 2형 당뇨병은 1.41배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중증도 역시 높아졌다. 2020년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소아청소년 중 급성합병증인 당뇨병성 케톤산증을 동반한 비율은 1형 당뇨병의 경우 42.8%였다. 종전(31% 안팎)보다 크게 상향됐다. 또한 1형 당뇨병에서 당뇨병성 케톤산증 발생 시 중환자실에 입원한 비율은 2020년 이전엔 8.3%에 그쳤으나 대유행 이후에는 13.1~14.3%를 기록했다. 국내 소아청소년에서 1형‧2형 당뇨병 발생률과 중증도가 모두 증가했다는 뜻이다. 19세 미만 1형 당뇨병 환자는 2022년 1만4,480명으로 4년 전인 2018년(1만1,473명)보다 약 26% 안팎 늘었다.

이다혜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단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신체활동 감소, 그로 인한 비만도 증가 등 환경적 요인이 당뇨병 발병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 소아과학학술지’에 이달 초 게재됐다.

당뇨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절대적인 식단 제한보단, 성장을 위해 복합 탄수화물과 불포화지방산, 섬유소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짧은 시간에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밀가루와 인스턴트식품 등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성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형 당뇨병의 경우 다뇨‧다식‧체중감소 외에도 피로감과 학습장애, 불안, 두통, 흉통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며 “부모가 자녀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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