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매년 5억 적자에도 시민의 발 포기 못해"... 광명 마을버스의 '뚝심'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다리 불편한 할머니, 교복 입고 뛰어오던 학생들...이들을 떠올리면 절대로 놓을 수 없죠."
이달 10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차고지에서 만난 마을버스회사 자경의 장권도(52) 상무 답은 명료했다. '돈 안 되는' 취약지역 노선을 맡아 매년 수억 원의 적자에 허덕이는데도 마을버스 운행을 계속하는 이유는 신념이었다. 그는 상무 직함을 단 지금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매일 아침 직접 버스를 몰며 승객들을 만난다. "내 부모와 아들딸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인 마을버스를 멈추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경은 1988년 광명 외곽 지역인 일직동과 소하 1, 2동을 운행하는 버스 한 대로 출발했다. 지난해 철산동 일대에 신규 마을버스가 생기기 전까지 무려 35년 동안 광명 유일의 마을버스 회사였다. 소하2동부터 전철 1호선 석수역까지 4.4㎞를 잇는 1번 노선으로 시작해 현재는 1-1번, 88번 등 6개 노선에 마을버스 18대를 운행하고 있다. 버스기사 출신인 장관수(81) 대표가 설립 이듬해인 1989년부터 회사를 맡아 운영 중이고, 그의 아들 장 상무는 2005년 합류했다.
'광명 시민의 발'로 36년의 연혁을 자랑하지만 늘 위기였다. 승객이 많지 않은 데다 도로 여건도 좋지 않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장 상무는 "36년 동안 이익이 나면 내는 사업소득세를 한 번도 내지 못했다"며 "그래도 시민 편의를 위해 2014년에 하루 50명도 타지 않던 2번 노선을 없앤 이후 폐선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손익분기점 바로 아래서 근근이 유지됐던 자경은 2020년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렸다. 대중의 집합을 금지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승객이 급격히 줄어 14억 원 안팎이었던 연매출이 반토막 났다. 2013년 지금의 차고지로 옮기면서 빌린 12억여 원의 대출 이자에 매출까지 주저앉자 힘겹게 버텼던 주주 2명도 결국 손을 뗐다.
경영권을 100% 떠안게 됐지만 부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장 대표는 "하루 3,200~3,300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운송회사의 사명감에다 37명으로 늘어난 기사들의 생계가 걸린 사업장이라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부자는 자신들의 광명 아파트까지 처분하며 기사들 인건비를 지급했고, 운행 연한이 끝난 경유버스를 대신해 친환경 전기차를 구입하는 등 전열을 정비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연료비와 보험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장 상무는 "지금의 운송료 수입으로는 운영비를 대기 어려워 매달 4,000만~4,500만 원, 연간 약 5억 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며 "금융권 대출도 막혀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나긴 어둠의 터널에 놓인 장 대표 부자에게 손을 내민 건 뜻밖에 버스기사들이었다. 이환복(65)씨 등 기사들은 "포기하지 말고 자경을 꼭 살려 내라"며 장씨 부자에게 은행금리 수준의 이자만 받고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돈을 선뜻 빌려줬다. 여기에 상여금도 받지 않고, 별도 인력을 둬야 하는 버스 청소와 세차까지 손수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광명시도 개인 자산까지 털어 넣으며 책임을 다하는 장 대표 부자에게 재정 지원을 결정했다. 올해 8월 이들의 사정을 들은 박승원 시장의 특별지시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근거한 1억5,000만 원을 지원한 데 이어 내년도 본예산에도 4억 원을 편성했다. 시가 확인한 결과 자경은 운송 수익이 전체 운영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심각했다.
장 상무는 "마을버스는 사회적 약자가 많이 사는 취약지역 위주로 다니기에 더욱더 운행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시민과 기사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수 있는 버스공영제 등의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