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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수거되는 알루미늄캔, 귀한 자원인데 저질로 쓰거나 해외 유출된다

입력
2024.12.15 14: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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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알루미늄캔 순환경제 활성화 토론회]
폐캔 재활용 시 신재 대비 탄소 96% 감축
고품질 캔투캔 재활용, 한국은 37% 불과
수요 많은데도 수출하거나 다운사이클링
"양보다 재활용 품질 따지는 EPR로 개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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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음료 용기로 쉽게 접하는 알루미늄캔은 재활용도 쉽고, 국내 수거율도 96%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수거된 폐캔 상당수는 국내 수요가 많은데도 해외로 수출되거나, 더 재활용을 못 하는 저부가가치 제품에 쓰이는 실정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탄소무역장벽'에도 대응하려면 폐캔의 고품질 재활용이 가능하게 EPR(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발 '탄소 무역장벽' 알루미늄도 영향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폐알루미늄캔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제6회 환경원탁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박시몬 기자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폐알루미늄캔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제6회 환경원탁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박시몬 기자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한국환경한림원 주최로 열린 '폐알루미늄캔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 환경원탁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권재원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는 "자원 고갈 우려와 국제적인 탄소중립 요구, 유럽연합(EU) 환경규제 강화 추세 속 폐알루미늄에 대해서도 순환경제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환경제란 자원 재활용·재사용을 통해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경제 체제를 뜻한다.

권 교수 분석에 따르면 폐알루미늄캔 재활용 시, 원료인 보크사이트로 신재(新材)를 만들 때에 비해 에너지 사용은 95%, 이산화탄소 배출은 96%를 줄일 수 있다. 권 교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이미 시행 중이고, 2026년부터 본격 관세를 내야 해 산업 차원에서도 (탄소 배출량이 적은) 폐알루미늄의 고품질 재활용은 급박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CBAM은 알루미늄 등 6개 품목을 EU에 수출 시, 제품 생산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탄소중립 시대, 폐알루미늄은 귀한 자원"

허탁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이 13일 제6회 환경원탁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허 회장은 "선형경제 모델(자원을 사용한 뒤 버리는 경제 시스템)에서의 전환이 중요한데, 자원의 무한순환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알루미늄은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박시몬 기자

허탁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이 13일 제6회 환경원탁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허 회장은 "선형경제 모델(자원을 사용한 뒤 버리는 경제 시스템)에서의 전환이 중요한데, 자원의 무한순환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알루미늄은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박시몬 기자

한국의 폐캔 수거율 자체는 100%에 근접한 수준이지만, 문제는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 캔투캔(Can to Can) 재활용의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 국제알루미늄협회(IAI)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시장에 유통된 알루미늄캔 9만2,000톤 중 수거된 비율은 96%(8만9,000톤)에 달했지만, 음료 캔으로 재활용된 비율은 37%(3만4,000톤)로 낮았다. 태국(78%), 호주(48%) 등 해외 캔투캔 재활용 비율과 비교해도 꽤 낮다.

나머지 약 60% 폐캔은 해외로 수출되거나, 탈산제(녹인 금속 내 산소를 제거하는 소재)나 합금원료로 쓰이는 실정이다. 하지만 탈산제는 1회 사용 후 폐기해 더는 재활용이 안 되고, 합금원료로 사용 시 알루미늄 순도가 떨어져 향후 재활용이 쉽지 않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비철금속협회 관계자는 "탄소중립 시대에 귀한 자원인 알루미늄 스크랩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수출보다 '자원 유출'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할 수 있게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알루미늄 폐캔은 ㎏당 1.5달러에 6,791톤 수출된 반면, ㎏당 1.6달러에 28만3,445톤 수입이 이뤄졌다. 수출량을 충분히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데도, 값싸게 팔고 비싸게 수입하는 셈이다.

"재활용 방법 따라 인센티브 차등화해야"

권재원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가 13일 제6회 환경원탁토론회에서 폐알루미늄캔의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구축과 탄소국경세 대응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권 교수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알루미늄을 모두 신재 대신 재활용 소재로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최대 6,950만 유로(약 1,000억 원)의 탄소국경세를 절감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박시몬 기자

권재원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가 13일 제6회 환경원탁토론회에서 폐알루미늄캔의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구축과 탄소국경세 대응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권 교수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알루미늄을 모두 신재 대신 재활용 소재로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최대 6,950만 유로(약 1,000억 원)의 탄소국경세를 절감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박시몬 기자

알루미늄 폐캔 상당수가 저품질로 재활용되는 '다운사이클링' 상황을 개선하려면, EPR 제도를 '양보다 질'을 따지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EPR은 제품 생산자가 분담금을 중간 기관인 공제조합에 납부하면, 조합이 재활용 업체에 실적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권 교수는 "2003년 도입 후 EPR은 20여 년간 수거량을 높이는 데 많은 기여를 했지만, 이제는 '수거 중심'에서 '품질 중심'으로 전환할 때"라며 "독일처럼 순도에 따른 차등 보상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EPR은 고품질 재활용을 하든, 수출 또는 탈산제·합금제 사용을 하든 동일한 재활용 실적으로 인정하지만, 향후에는 실제 재활용 방법에 따른 환경·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지원금을 달리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고운 서울연구원 지속가능연구실 연구위원도 "플라스틱 순환경제가 가속화할수록 (대체제인) 금속 캔과 종이류 포장 수요가 폭증할 것이므로, 풍선효과가 생기지 않게 알루미늄캔에 대해서도 '고품질 자원화' 원칙하에 인센티브 차등 지급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직접 시장 개입은 어려워도 (고품질) 재활용 업체에 대한 세금 감면, 폐기물 물동량 관리 지원 등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시장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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