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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계엄 불가피" "내란 아냐" 강변... 법조계 "광적 편집증" "궤변" 지적

입력
2024.12.12 2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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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헌문란 목적 없어 내란죄 불성립 주장
대통령 통치행위는 사법심사 대상 아니다?
법조계 "통치행위도 헌법 조항에 근거하야"
"검찰총장까지 지낸 분이 그런 것도 모르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일인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일인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불법계엄 사태 9일 만에 마련한 4번째 담화에서 계엄 선포의 불가피성을 설명했지만, 법조계에선 "궤변" "광적 편집증"이라며 윤 대통령을 성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계엄 선포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과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기 위함이었을 뿐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국헌 문란의 목적이 인정돼야 하는데, 자신에겐 그런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계엄은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라 강조하며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죄 재판 당시 대법원이 '소수 의견'에서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를 '고도의 정치 행위'로 보고, 재판권 행사 권한이 사법부에 없다고 판단한 사실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그러나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윤 대통령의 이런 주장이 "궤변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에 정통한 한 전직 판사는 "내란죄에서 '목적'과 같은 주관적 요건은 객관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앞뒤 정황을 모아서 살펴봐야 한다"며 "당사자가 목적을 부인해도 간접 사실들로 추단하면 목적이 인정될 수 있고, 이번 사건은 이미 간접 사실들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대통령이 군인들에게 문을 무수고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헌 문란의 목적성이 이미 성립된다"며 "검찰총장까지 지낸 분인데 헌법 질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사법부가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통치행위 또한 결국 헌법 조문에 따른 행위여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김진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 하는 중요한 행위들에 대해 일일이 위법 여부를 따질 순 없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헌법을 위반하거나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면 사법 심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황도수 건국대 교수도 "통치행위가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주장은 옛날 이야기"라며 "헌법재판이 활성화되고 명확한 판례들이 확립되면서 통치행위 또한 법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주장들을 반박하려고 '법적 대응 전략'을 내비친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내란죄의 가장 약한 고리가 목적성을 인정하는지 여부인데, 소수설이긴 하지만 사법부에서 대통령 주장대로 실제 내란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이날 담화로 대통령이 탄핵과 재판 국면에서 대응할 전략이 사실상 공개된 만큼, 수사기관에선 이런 논리를 깰 만한 증거를 최대한 많이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진주 기자
최다원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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