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남한산성 '100년 소나무' 150그루 폭설로 쓰러졌다

입력
2024.12.12 12:04
수정
2024.12.12 13:35
구독

가지 부러진 나무는 300그루 달해

남한산성 탐방객들이 서문 근처에서 지난 폭설로 부러진 소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남한산성 탐방객들이 서문 근처에서 지난 폭설로 부러진 소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인 남한산성 내 노송지대가 지난달 말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경기도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에 따르면 남한산성에는 남문에서 동장대까지 성곽을 따라 수령 100년 이상의 소나무 1만5,000그루가 60㏊ 규모에 걸쳐 펼쳐져 있다. 이곳은 전국 100대 명품숲에 선정됐으며 소나무숲으로는 수도권 최고로 평가받는다.

이날 찾은 남한산성 명품 소나무숲은 여기저기 부러지고 쪼개진 소나무가 즐비했다. 산성로터리에서 북문~서문~수어장대~남문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안전을 위해 벌목해 놓은 소나무 잔해로 가득했다. 언뜻 소나무 관목숲이 새로 생긴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한 군데서 4,5그루의 나무들이 한꺼번에 몸통째 부러진 곳도 많고, 가지가 부러진 나무들도 쉽게 눈에 들어왔다. 남한산성에서 제일 인기 있는 수어장대 뒤편 숲에도 부러진 소나무가 많았다.

폭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허리째 부러진 소나무. 이런 소나무가 100그루가 넘는다.

폭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허리째 부러진 소나무. 이런 소나무가 100그루가 넘는다.


센터 측에 따르면 지난달 27~28일 내린 46㎝의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이날까지 쓰러진 소나무는 150그루, 가지가 부러진 나무는 300여 그루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신주 2기도 쓰러졌고, 탐방로는 지난 6일까지 폐쇄됐다 복구됐다. 센터와 광주시의 제설작업이 늦어져 주민들이 자비로 포클레인 7대를 동원해 마을 길의 눈을 치웠을 정도였다.

센터는 현재 직원, 문화재돌봄이 20여 명과 포클레인 등 장비를 동원해 피해목 전수조사는 물론 정비에 나섰다.


한 등산객이 폭설 피해를 입어 벌목한 소나무 잔해 옆을 지나고 있다.

한 등산객이 폭설 피해를 입어 벌목한 소나무 잔해 옆을 지나고 있다.


폭설 피해를 본 남한산성 노송지대는 평균 수령 100년 이상으로 1927년 이곳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조합을 결성한 뒤 소나무를 심고 벌목을 막아 수도권 최대 소나무 군락지로 육성한 곳이다. 조합은 1960년까지 이어졌다. 이곳 소나무들은 고유번호가 부여돼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주민 김영일씨는 “남한산성 노송지대는 우리 할아버지와 부모님 세대가 돈과 땀을 투입해 가꿔온 상징적인 곳”이라면서 “소나무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어 가슴이 아프고, 조속한 복구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