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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명태·멸치 뛰노는 K바다를 아십니까... 어부가 된 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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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자라고 하면 민속 자료나 유물을 떠올리지만 실은 그 시대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일상을 수집해요. 물건과 사람은 시대를 이해하는 코드죠. 그 두 가지는 현장에 가야만 만날 수 있어요."
최근 '물 만난 해양민속학자의 물고기 인문학'을 펴낸 민속학자 김창일(51)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는 "모든 연구 재료가 바다에 있었다"고 말한다. 김 학예사는 국내 유일의 동해·서해·남해 전 바다를 연구한 해양 전문 민속학자다. 박물관에선 '용왕'으로 통한다. 박물관 연구실보다 현장인 바다에 주로 머무른다.
섬에서 나고 자라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그는 운명에 이끌리듯 항구와 포구, 어촌 마을을 찾아가 짧으면 수개월 길면 1년 이상 숙식하며 바다 생태계와 주민 생활사를 연구했다. 경남 남해를 시작으로 강원 삼척, 인천 연평도, 부산 영도와 제주에서 머문 세월만 장장 8년. 그간 민속지 18권과 논문 13편을 냈다. 지난해에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조명치(조기·명태·멸치) 특별전'을 기획해 전시로 풀어냈다. "이번 책도 그 활동의 연장선이에요.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바다 이야기가 많아요. 좀더 쉽고 재밌게 전하고 싶었어요."
책은 제목 그대로 '물을 만난' 이야기다. 그는 바다를 몸으로 만나기 위해 어촌에 살림집을 차리고 선원처럼 어선을 타고 그물과 통발 작업에 뛰어드는가 하면 바닷속을 보기 위해 '머구리(잠수부)'가 되기도 서슴지 않는다. "축구공을 뻥 차면 바다로 빠지는" 섬 출신답게 어부로, 어촌 청년으로 순식간에 빙의해 길어 올린 글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날것의 정보와 해석이 담겼다. 일례로 그가 보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세 바다는 비슷한 듯 보여도 특성이 다르다.
"동해는 '바람' 영향을 받아서 모든 일정이 그날 새벽에 결정돼요. 서해는 '물때'의 주기로 일상의 패턴이 정해지죠. 남해는 그 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요. 어떤 바다를 터전으로 삼느냐에 따라 문화와 사고방식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거예요. 간단한 것 같아도 사계절을 나 봐야 알 수 있는 통찰이죠."
바다와 관련된 온갖 정보 외에도 오염된 바다의 실상과 대책, 우리 전통 배, 사라진 포구, 어촌 마을의 전통 등을 읽는 느낌은 내내 강렬하다. 동시대 우리의 바다가 무엇을 간신히 보존하고, 무엇을 잃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후대를 위해 역사를 기록하는 민속학자가 현재의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도 그것이다.
"우리의 어촌들도 다른 지역처럼 인구 감소와 고령화,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어요. 여차하면 잃기 쉬운 바다의 삶과 문화를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기록해야겠죠. 몸은 고되지만 '현장성'이라는 유일무이한 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다는 점은 연구자로선 행운이에요. 기록이 잊힌 어촌을 다시 보게 하고, 주민들에겐 자긍심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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