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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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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요충지인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를 좌우로 끼고 있는 나라다. 국제 물류의 25%, 원유의 50%가 말라카 해협을 지나고, 남중국해의 전략적, 경제적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마하티르 총리 퇴각 이후 말레이시아는 코타키나발루의 석양, 골프 휴양지 그리고 한달살기 정도로만 우리에게 알려져 왔다. 이러한 말레이시아가 아세안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한 정치적 역경을 딛고 2022년 집권한 안와르 총리가 정치적 안정을 회복하면서부터다. 독립후 60년을 집권해 온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정권이 2018년 붕괴한 이후 5년간 무려 4번의 총리 교체가 있었다. 하지만, 중국계 등 소수정당과 정적이었던 UMNO까지 품은 현 안와르 연정은 지난 2년간 상당한 안정세를 보여주었다. 보수 이슬람 야당세가 거센 다민족 왕정 국가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제도 순항중이다. 수출 개선 등에 힘입어 5% 수준의 안정적인 성장세이며, 링깃화는 주변국 통화와 대조를 보이며 나홀로 강세이다. 세계은행도 말레이시아의 2027년경 고소득국가 진입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인텔, 인피니온 등 기존의 글로벌 테크 기업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까지 말레이시아 진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안정적 국내정세와 경제성장은 안와르의 활발한 외교를 뒷받침한다. 취임 첫해에는 주변 아세안 국가들과 중동 이슬람 국가 및 중국에 치중했는데, 올해 2년차에는 일본, 호주, 독일 등 주요 서방국과 브릭스(BRICS) 외교에 공을 들였다. 지난 11월중에는 단 6일만 국내에 체류할 정도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안와르 총리가 11월 24~26일 한국을 찾았다.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2025년에 조기 타결하기로 하였다. 또 작년 경공격기(FA-50) 18대 계약에 이은 후속 방산 사업 지속 발굴 및 핵심광물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으며, 공동성명문에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하였다. 전략적 함의가 큰 분야이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 바이오, 디지털 등 신기술 분야 협력의 중요성도 부각되어, 이산화탄소포집·저장 협력 양해각서(MOU)와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한국을 배우자'는 모토하에 40여년간 지속되었던 동방정책에 따라, 과학·기술 교류의 지속 확대를 바라는 말레이시아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2기의 첫해인 2025년, 말레이시아는 미·중간 전략적 경쟁의 심화가 예상되는 시점에 아세안 의장국을 수임하게 되었다. 국제사회가 말레이시아를 더욱 주목하는 이유다.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 재도약을 추진중인 말레이시아, 우리도 주목해야 할 파트너이다. 지정학적, 지경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해 감에 있어, 말레이시아와 아세안, 더 나아가 글로벌 사우스는 우리에게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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