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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이태원 참사 분노, 짓밟힌 국회에 폭발"… 2030 '탄핵집회'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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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지난 7일과 다음 날인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 모인 탄핵 집회의 중심은 단연 '2030세대'였다. '과잠(학과 점퍼)'을 입은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층은 저항의 상징인 촛불 대신 형형색색의 아이돌 팬클럽 응원봉을 흔들고, K팝에 맞춰 "윤석열 탄핵" 구호를 외쳤다. 젊은 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풍경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정보를 빠르게 소통하는 데 익숙한 세대라는 점이 2030이 대거 거리로 나오게 된 배경이라는 진단이다. 8일 집회 현장에서 만난 김모(19)씨는 "상황 전개는 물론이고, 계엄이 왜 위법한지 쉽게 설명해주는 글들이 수십 개 올라오고 퍼졌다"며 "또래 사이 화제도 자연스럽게 탄핵이 됐고, 집회 현장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허민지(23)씨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계엄과 관련된 속보가 쏟아지고 현장에 나간 사람들의 트윗도 계속 올라왔다"며 "가만히 앉아 지켜만 볼 수 없어 왔다"고 외쳤다.
SNS를 중심으로 집회에 함께 나갈 동행인을 구하는 등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동참 방법이나 주의사항을 적극 공유하며 시위에 대한 장벽을 대폭 낮춘 것이다. 아이돌 그룹 'NCT'의 팬인 이모(25)씨는 다 같이 응원봉을 들고 (가수 로제의) '아파트'에 맞춰 "탄핵"을 외치는 영상이 "국회 앞으로 나와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퍼지는 걸 보고 집회 참여를 결심했다. 이씨는 "대통령에게 분노하는 마음은 들었지만 집회라고 하면 거칠고 무서울 것 같아 꺼려졌는데 (이런 집회라면) 재밌고 안전해 보여 나왔다"고 말했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사회적 참사의 반복도 2030의 적극적인 집회 참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들은 또래 희생자가 유독 많았던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22년 이태원 참사 등을 목격한 세대다. 안전한 일상을 위협하는 공권력에 더욱 크게 반발한다는 분석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또래 희생자가 다수 나왔던 대형 재난 상황에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는 분노가 쌓인 세대"라며 "국가가 무장군인을 동원해 국회와 국민을 공격하는 사태를 생생히 지켜보며 응집됐던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이틀 뒤인 지난 5일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한 만 18∼29세의 비율은 86.8%로 전 세대 통틀어 가장 높았다.
2년 전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준말로 보수 성향의 젊은 남성을 뜻함)'의 집회 참여도 눈에 띈다. 물론 같은 세대 여성들의 숫자에는 상대적으로 미치지 못하지만 적잖은 젊은 남성들의 마음이 돌아선 모습이다. 회사원 김현수(27)씨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공약에 혹해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는데 후회된다"며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은 물론,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여당에도 크게 실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 탄핵이 불발된 후 이번 주말인 14일에도 탄핵소추안 재발의가 예고된 가운데 2030이 주축이 된 탄핵 집회 열기는 앞으로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 이념을 지지하는 정파적인 집회가 아니라 시민 집회임을 드러내 정치에 관여하길 꺼려 했던 계층의 참여도 이끌어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이들을 주축으로 시작된 평화 집회가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가 자리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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