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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투표' 김예지, 당에선 욕먹어도 5년째 '소신 행보'

입력
2024.1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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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론에 무조건적으로 따르지 않아
"시민을 대리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
줄곧 소수자, 약자 관점에서 소신 지켜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를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뉴스1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를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뉴스1


당장 사퇴하고 당을 나가라

탄핵 표결 이후 김예지 의원이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받은 문자

지난 7일 국민의힘의 집단 불참으로 폐기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에 참여한 김예지 의원은 표결 직후 당원들로부터 맹비난이 담긴 문자메시지 폭격을 받아야 했다. 김 의원이 당론과 반대되는 행동을 감행해 당원들으로부터 '배신자' 취급을 받았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소수자 문제를 부각하는 데 앞장서며 당내 다수 의견과 반대되는 소신을 지켜왔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 의원은 만 12세가 되던 1992년 실명해 1급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2020년 3월 미래한국당 1호 인재로 영입돼 정치에 입문했고, 같은 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선 국민의힘의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시각장애인인 그는 주로 장애인·여성 이슈 등에서 소수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대변해 왔다. 21대 국회에서는 장애인의 문화·예술·체육 향유권 증진을 위한 의정 활동에 집중했으며, 22대 국회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장애인 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① 2022년 3월 전장연 시위서 무릎 꿇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3월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3월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3월 28일, 김 의원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참여해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전장연 시위를 "독선", "비문명" 등으로 비난하기 시작한 지 사흘 만이었다. 김 의원은 "전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여러분과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는 시각장애인"이라며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소통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한 뒤 곧장 무릎을 꿇었다. 이날 그는 14차례에 걸쳐 '죄송',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 김 의원은 발언을 마친 후 전장연 활동가들과 함께 3호선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역부터 충무로역까지 함께 이동한 다음 국회로 출근했다. 그는 "장애인이 편해야 모든 시민이 편해진다"며 "유아차, 휠체어, 어르신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 편의시설에 대해 더 넓게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후 김 의원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같은 해 6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욕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② 2023년 4월 ‘간호법’ 제정 찬성표 던져

김 의원은 2023년 5월 24일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을 만나 "정치가 현장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고 지탄을 받더라도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갈등을 조율하면서 듣고 법안을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김 의원은 2023년 5월 24일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을 만나 "정치가 현장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고 지탄을 받더라도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갈등을 조율하면서 듣고 법안을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2023년 4월, 김 의원은 간호법 제정 표결에서 당론을 거스르고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체계적인 간호 및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당시 의사 단체들은 간호법이 규정하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 중 ‘진료의 보조’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이와 같은 반대 의견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김 의원은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간호법 관련 의료 단체 간 분쟁에 대해 "간호법은 의사들이 반대할 만한 근거가 없는 법안"이라고 잘라 말하며, "관련 단체들 사이에 분쟁이 있다고 해서 옳은 일을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역설했다.

그는 당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론에 맞서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지만 내 양심, 내 판단을 더 믿었다"며 "그게 입법기관의 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법안에 반대할 근거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따르기가 힘들었다"면서 "오래 정치를 할수록 정치적 시각, 정당 입장에서 법을 보는 듯한데 초보, 영유아 정치인인 나는 오히려 국민 건강이 중요하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③ 2024년 11월 임신 중단 약물 도입 주장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이 지난 2020년 10월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점자로 인쇄된 업무보고자료를 읽고 있다. 오대근 기자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이 지난 2020년 10월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점자로 인쇄된 업무보고자료를 읽고 있다. 오대근 기자

2024년 11월, 김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의료기관 정보 제공 및 임신중단 약물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5년이 지났지만, 보건복지부는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며 "국제기준에 따라 시민들에게 안전한 임신중지에 관한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라"고 주문했다. 여당 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여성의 임신중단에 대해 확실한 목소리를 낸 경우다. 국민의힘은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낸 이후 5년 동안 임신중단 관련법 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김 의원은 지난달 4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여성들에게 임신을 제때 중지할 수 있는 정보, 임신중지를 돕는 의료지원을 받을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밝혔다. '당의 기조에 이견을 내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는 "나는 소수자 인권을 위해 이 자리에 앉게 됐다. 사회에서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사람, 노력해도 주류에 들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의제를 이야기하라고 만든 자리가 비례대표"라며 "그런데도 소수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④ 2024년 12월 윤석열 탄핵소추안 투표 참여

김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도 참여하려 했지만, 담을 넘지 못해 본회의장에 가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에 대해 "늘 배리어프리(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시설 이용 장벽을 없애는 일)의 중요성을 외쳤던 제가 물리적 ‘배리어’를 느끼는 암담하고 절박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표결에 참여한 이후 가진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의) 혼란을 막는 방법이 '탄핵 부결'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제가 대리해야 하는 시민분들을 대신해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그냥 너무 당연한 일을 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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