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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의 기말시험 취소..."역사 한 페이지 눈여겨보자"

입력
2024.1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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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제출로 기말 지필 시험 대체
"강의실 밖 아무 일 없듯 시험, 괴이해"
"사회가 무엇을 못 배웠는지 고민해보길"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서울대 학생들이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를 안건으로 열린 전체 학생총회에서 스마트폰 불빛을 흔들고 있다. 뉴스1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서울대 학생들이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를 안건으로 열린 전체 학생총회에서 스마트폰 불빛을 흔들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대학교수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 일이었던 지난 7일 학생들에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지켜보자"는 취지로 기말시험 취소를 공지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울대 교수의 기말시험 취소 공지'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하고 있다. 이 글에는 한 교수가 전날 학생들에게 보낸 장문의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이 첨부됐다.

A교수는 이 글에서 "불행하게도 안녕하지 못한 밤이다. 지난주 강의 이후 우리 사회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과연 우리 강의를 이렇게 매듭짓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며 "결론적으로 다음 주 월요일에 예정된 기말 지필 시험은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필시험 대신 보고서 제출로 기말시험을 대체하기로 했다. A교수는 "평가 역시 강의의 일환이고, 강의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면서도 "교육과 사회를 연결 짓는 관점을 나누고자 했던 이 강의의 목적과 취지를 생각할 때, 지필 평가 형식은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상의 평화가 위태로워진 시기에, 마치 강의실 밖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책상 앞에 앉아 정해진 답안을 작성하고 있는 장면은 떠올릴수록 괴이하게 느껴진다"며 "세상에 대한 관심을 애써 돌려 시험 준비에 더 많은 공을 쏟는 학생이 더 높은 성적을 얻게 되는 구조라면, 평가의 목적은 상실되고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교수는 또 "보고서 작성 기한은 가능한 여유 있게 줄 테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눈여겨보고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배우지 못했고, 또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고민해 보기 바란"며 "미리 시험 준비를 하고 있던 분들에게는 긴히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A교수는 서울대 공대 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의 공지글이 확산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교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훌륭한 교수님이다. 이런 분들이 참 교수다", "이런 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불만 있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좋은 결정 내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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