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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공수처 '김용현 쟁탈전'… '계엄 수사'에 사활 이유는

입력
2024.12.08 20: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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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권 조정 후 존재감 과시 기회
검찰은 존폐위기 속 여론 불신 해소 필요
공수처도 부족한 성과 속 존재감 절박해
신경전에 수사 비효율… 특검 필요성 무게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12·3 비상계엄' 수사 주도권을 놓고 검찰과 경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수사기관 사이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경찰은 '내란죄 수사 관할'을, 검찰은 '신속한 수사 및 사법처리 필요성'을, 공수처는 '중복수사 우려 해소와 공정성 확보 필요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기관마다 이번 수사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국가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사안 자체가 엄중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경전보다는 유기적 소통을 통한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주체 논란이 이어지면서 특별검사 출범 필요성도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경찰, 檢 합동수사 제안 일축하고 수사팀 증원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이 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검찰과 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국수본은 거절했다. 박세현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은 이날 "경찰이 합동수사를 제안한다면 언제든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국수본 측은 "현시점에서 수사 상황과 관련해 검찰과 협의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경찰은 이날 기존 전담수사팀에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급)과 수사관 30여 명을 더해 150여 명 규모의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면서 독자 수사 의지를 재차 내비쳤다.

비상계엄 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수사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전날 김 전 장관의 통신내역 압수수색영장 등을 발부받아 통화 내역 분석에 들어갔고, 김 전 장관의 공관과 국방부 장관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역시 이날 새벽 자진 출석한 김 전 장관 조사를 마친 뒤 그를 긴급체포하고 휴대폰을 압수했다. 향후 휴대폰 등 압수물 분석에 대한 우선권을 다툴 가능성이 적지 않다.

관할 놓고 다투는 검·경, '존재감' '신뢰 회복' 속내도

경찰은 내란죄 수사는 검찰이 아닌 경찰 수사 소관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내란죄는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죄로 규정돼 있지 않다. 검찰은 검찰청법에 따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뒤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까지 수사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지만, 경찰은 이 같은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대형 사건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기회라는 점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와 내란 혐의를 모두 수사하는 것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실제 두 혐의를 모두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검 차원에서 법무부에 수사 관련 사안을 보고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검찰 내부에선 영장 청구와 공소제기 모두 검찰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이처럼 시급성이 큰 수사에선 초동 단계부터 검찰이 참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 검찰이 신뢰를 잃었고, 야권 공세로 존폐 위기까지 몰린 상황도 이번 수사에 의지를 보이는 이유로 꼽힌다. 다수의 전·현직 검찰 간부들은 "이번 사건을 확실히 처리해야 그나마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공수처까지 가세… 특검 힘 얻나

공수처도 이날 검·경 양측에 사건 이첩을 요청하면서 수사 주도권 다툼에 가세했다. 공수처는 출범 4년이 됐지만, 아직 굵직한 사건을 성공적으로 수사한 사례가 드물다. 그나마 주목도가 높았던 '고발 사주' 의혹 사건도 1심에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해 유죄를 받아냈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비교적 불법 정황이 명백히 드러난 이번 사건에서 검·경 주도권 다툼에 밀린다면, 존재감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공수처가 13일을 이첩 기한으로 정했지만,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그전에 열릴 것으로 예상돼 김 전 장관 신병 문제와 이첩 여부를 놓고 당분간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세 기관의 중복 수사로 잡음이 커질 경우 결국 특검 수사팀이 '해결사'로 나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준기 기자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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