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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안 직격탄 맞은 금융업... 외국인 탈출 러시에 고환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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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 이후 증폭되는 정치 불안에 금융업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널뛰는 환율에 유동성과 건전성 관리 걱정도 커진 상황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서 주요 금융그룹주는 4~6일 사흘간 일제히 큰 폭 하락했다. KB금융 주가는 15.71% 폭락했고, 신한지주도 9.04% 급락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각각 7.88%, 5.87% 떨어졌다. 그 결과 4대 금융 시가총액은 계엄 사태 직전인 3일 99조9,499억 원에서 6일 88조8,815억 원으로 11조 원 이상 허공에 사라졌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지난 사흘간 외국인은 KB금융 주식 3,330억 원가량을 팔아 치웠다. 신한지주는 1,014억 원, 하나금융은 332억 원, 우리금융은 144억 원어치의 매물을 던졌다. 이 기간 코스피 시장 전체의 외국인 순매도액은 1조85억 원이었는데, 금융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연합인포맥스 통계상 외국인 투자자의 금융업종 순매도는 4일 2,551억 원, 5일 2,786억 원, 6일 1,759억 원 등 총 7,09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금융주는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와중에도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에 힘입어 거의 유일하게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정국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면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 후퇴 우려가 커지자 실망감에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시장 반응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JP모건이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금융주의 단기적 하락을 투자 재진입 시점으로 판단한다”며 저가 매수를 권한 게 대표적이다.
정치권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율 역시 위험 요인으로 급부상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자산 회피심리가 높아지면서 환율이 1,430~1,440원을 상향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하면 기업의 매입 외환(해외에서 받을 외화를 은행으로부터 선할인해 받는 여신) 물량이 늘어나고, 대기업 위주로 외화 예금을 빼내면서 은행의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 외화 표시 자산이나 해외 출자금 중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걱정이다.
주요 금융그룹은 “아직까지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대응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그룹장 주관으로 ‘위기대응협의회’를 계속 열고 있다”며 “매일 오후 4시 기준 외환·주식·채권 등 주요 시장 지표 변동에 따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자본비율 영향을 파악해 유관 부서와 공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그룹 관계자도 “유동성과 시장리스크 모니터링을 ‘준위기단계’로 실시하면서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을 점검하고, 계열사별 RWA 한도를 배분하는 등 관리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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