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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명인’ 타이틀을 잡아라”…박정환 vs 이지현, 혈투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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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이란 칭호에 오르겠다.”(박정환 9단)
“의미 있는 ‘명인전’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이지현 9단)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단 야심은 동일했다. 해당 기전의 생애 첫 우승컵 수집에 대한 간절함으로도 읽혔다. 국내 최고 권위의 프로 바둑 기전 타이틀전을 앞두고 내비친 두 선수의 출사표에서다.
역사와 전통의 ‘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우승상금 7,000만 원) 최종 결승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7월 말부터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253명이 출전, 5개월여 동안 진검승부로 이어졌던 ‘제47기 명인전’의 우승컵은 10일부터 3번기(3전2선승제)로 시작될 박정환(31) 9단과 이지현(32) 9단의 승자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국내 바둑계에선 베테랑으로 꼽힌 박 9단과 이 9단이지만 아직까지 ‘명인’ 리스트엔 오르지 못했단 측면에서 두 선수의 이번 결승전은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우선, 객관적인 지표에선 박 9단이 우세하다. 박 9단은 상대전적에서부터 이 9단에게 7승 4패로 앞서 있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국내 월간 바둑 랭킹(12월 기준)에서도 박 9단은 2위에, 이 9단은 11위에 각각 자리했다. 박 9단은 특히 지난 2013년 12월~18년 9월까지 59개월 연속 랭킹 1위 자리만 고수하면서 일찌감치 한국 바둑의 간판스타 계열에 합류했다. 이달 부로 60개월 연속 1위를 질주한 신진서(24) 9단에게 이 부문 기록을 내줬지만 5년 가까이 국내 바둑계를 평정했던 주인공이 박 9단이다. 적립된 수상 족적은 더 화려하다. 무엇보다 반상(盤上) 권력의 바로미터인 세계 메이저 기전 타이틀 5개를 포함해 국내·외 각종 기전에서 박 9단이 현재까지 품에 안은 우승 트로피만 35개에 달한다. 올해에도 주요 글로벌 기전 본선에 진출하면서 여전히 존재감을 입증한 박 9단은 현재 또 다른 세계 메이저 기전인 ‘제15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전’(우승상금 1억8,000만 원) 8강에 진출, 타이틀 추가 사냥에 착수했다. 이처럼 다수의 국내·외 기전 우승컵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동안 ‘명인전’에선 결승 진출조차 실패했던 박 9단은 이번 ‘제47기’엔 반드시 정상에 올라서겠단 각오다.
이에 맞선 이 9단은 성적표에선 박 9단에게 밀린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열렸던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종목에서 한국팀원으로 출전, 단체전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던 그는 군 입대 직전인 지난 2020년엔 ‘입신’으로 명명된 프로 9단 기사들만의 출전 대회인 ‘제21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우승상금 5,000만 원) 우승 기록이 눈에 띌 정도다. 일각에서 이 9단의 내공에 비해 아쉬운 수상 성적이란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 달아오른 이 9단의 기세는 심상치 않다. 실제 이번 ‘제47기 명인전’에서도 패자조 준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 등도 꺾고 최종 결승전에 진출했다. 최근 세계 메이저 기전인 ‘제29회 LG배 기왕전’(우승상금 4억 원)에선 중국의 강타자인 판팅위 9단과 딩하오 9단 등에게 잇따라 승리하면서 4강까지 진출, 이목도 집중시켰다. 판팅위 9단은 지난 2013년 벌어졌던 ‘제7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우승상금 약 5억5,000만 원) 결승에서 박 9단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딩하오 9단은 지난달 열렸던 ‘제29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3억 원)에서 신 9단 등을 누르면서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K바둑 채널에서 ‘제47기 명인전’ 결승전 해설위원으로 나설 안형준 5단은 “일반적인 지표에선 박 9단에게 무게중심이 쏠리는 게 사실이지만 이 9단의 최근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며 “관건은 1국의 결과인데, 만약 1국을 이 9단이 가져간다면 이변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그동안 46차례에 걸쳐 이어졌던 ‘명인전’ 우승자는 10명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이창호 9단이 13회로 가장 많고 조훈현 9단(12회)과 서봉수 9단(7회), 이세돌 9단(은퇴·4회), 박영훈 9단(3회), 고 조남철 9단(2회), 신진서 9단(2회) 등이 타이틀 보유자로 기록됐다. 이어 고 김인 9단과 최철한 9단, 신민준 9단 등도 1차례씩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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