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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즐겁고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가 성과 열쇠" 여성과기인상 수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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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혼자 여성이다 보니 임신했을 때 화장실에서 몰래 간식을 먹으며 눈치를 봤어요. 그런데 10년 뒤에도 임신한 후배가 똑같이 하고 있더라고요. 간부회의 때 ‘당신 딸이나 며느리면 그렇게 두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한 게 시작이었어요.”
1989년에 국방과학연구소 제1호 여성 연구원으로 입사한 주성진(60) 연구계획부 수석연구원은 2017년 연구소 내 여성위원회를 만들고 제도화했다. 당시 정부 출연 연구소 가운데선 처음 하는 시도였다. 여성위원회 설립 이후 연구소 내 모성보호실과 어린이집이 생기면서 연구소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성 연구인력들이 업무에 더욱 집중하며 능력을 발휘했고, 남성들도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며 능률이 올랐다. 긍정적 효과에 주 연구원이 착안한 여성위원회 모델은 다른 정부 출연 연구소에도 전파됐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일 ‘2024 대한민국여성과학기술인대회’를 개최하고 주성진 수석연구원(진흥부문)과 신현진(48) 광주과학기술원(GIST) 반도체공학과 교수, 윤희숙(51) 한국재료연구원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장 등 3명에게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을 수여했다. 인재양성 및 연구개발, 기술혁신 성과로 여성과학기술인의 길을 개척한 공로다.
학술부문 수상자인 신현진 GIST 교수는 반도체 실리콘 소재를 대체하기 위한 2차원 소재의 성장 구조를 규명, 대면적 성장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면적 성장 기술이란 반도체 제조 등에서 사용하는 개념으로, 대형 혹은 넓은 면적의 소재를 균일하고 정밀하게 합성하거나 제작하는 기술을 말한다. 신 교수는 “이번 수상으로 20여 년간 꾸준히 연구해온 과정이 보상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최근 대학교로 옮긴 만큼 더 폭넓은 시야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엉뚱한 연구를 시도하되, 산업현장에서 다져온 실용화 방향 연구와 융합하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문 수상자인 윤희숙 한국재료연구원 본부장은 국내 독자 기술인 ‘소재 필름공급형 광중합 기반 다종 세라믹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기계적, 열적 혹은 생물학적 특성이 다른 다양한 소재를 동시에 프린팅해, 형상과 조성을 3차원적으로 제어하는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의료바이오와 반도체, 항공우주 부품 등 다양한 산업분야 적용이 기대된다. 윤 본부장은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고민하며 떠오른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그렸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많은 동료의 도움이 필요했다"며 "머릿속 그림이 기술로 현실화됐을때 희열은 연구자라면 누구든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자들은 과학계 여성 후배들에게 자신은 물론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추구하며 꾸준히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신 교수는 “스스로 재미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며 “10~15년의 장기 계획을 세우되 생애주기상 변동이 생겨도 멈추기보단 속도를 늦춰 계속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과학계에서 여성이 소수이기에 인정받고 기회를 얻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외로웠을 때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더 멀리 넓게 세상을 보며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 연구원은 “여성 과기인들에게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텐데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평소 준비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발견이 연구소를 넘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산업화 시도에도 많이 도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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