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찾으려던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한국엔 안 온다… 계엄 여파 가능성

미 국방부, 일본 방문 일정만 발표
“적절한 방한 시기 아니라 판단”
핵우산 이어 한미 안보 협의 차질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5일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수렌 파피키안 아르메니아 국방장관을 만나고 있다. 알링턴=AFP 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동맹국 일본을 찾는다. 내년 1월 행정부가 바뀌는 만큼 마지막 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시 동맹국인 한국에는 오지 않는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일 공산이 크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오스틴 장관이 7일 캘리포니아주(州)에서 개최되는 레이건국방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일정을 소화한 뒤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라이더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의 13번째 인도·태평양 방문인 이 일정은 역내에서 미국의 동맹·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평화, 안보, 번영에 대한 공동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한 국방부의 역사적 노력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오스틴 장관의 해외 방문 일정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3일 일본 교도통신은 오스틴 장관이 내주부터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방문해 미일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마지막 한일 순방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중 이뤄진 한미 및 미일 양자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성과를 점검하는 게 오스틴 장관의 당초 구상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이 빠진 것은 3일 비상계엄 사태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5일 로이터통신에 오스틴 장관이 가까운 시기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의 대화 상대방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한 책임을 지고 사태 이후 곧장 사임했다. 현재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계엄 영향은 한미 간 안보 협의 전반에 미치는 모습이다. 앞서 4, 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반도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위한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이 무기한 연기됐다. 라이더 대변인은 향후 NCG 일정 관련 질문에 “아직 제공할 추가 정보가 없다”며 일정 연기가 ‘한국에서의 사건’(계엄)을 고려한 조치임을 시사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한국의 계엄 사태와 관련한 주한미군 태세 변화가 없으며 주한미군 병력의 이동에도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