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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에 입 다문 대통령실 참모들... "뭐가 어찌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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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안 받아주시나요?"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면직하고 후임 장관을 임명한 5일 인사 발표차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잔뜩 굳어 있었다. 브리핑 직후 취재진이 큰 소리로 질의응답을 요구했지만 정 실장은 대답 없이 그대로 등을 돌려 단상 뒤 문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평소 충실히 배경을 설명하던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배석한 참모들도 말없이 서 있다가 하나둘 자리를 떴다. 기자들의 궁금증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기습적인 심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틀이 지났지만 대통령실은 여전히 적막에 휩싸여 있다. 아무도 나서지 않고, 언론 접촉은 더더욱 꺼리는 통에 취재진은 속이 터질 지경이다. 계엄 선포의 구체적 배경, 계엄 선포로 인해 빚어진 사회적 혼선에 대한 평가, 계엄 사태 이후 정국 수습 방안, 국민들을 향한 사과 의향 등 온갖 질문이 산더미인데도 속 시원한 답변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계엄 실패 이후 거센 후폭풍에 대통령실은 당혹감과 침울함이 팽배해 있다. 윤 대통령의 돌발 행동에 놀란 표정을 애써 숨기며 관성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들 뇌리에는 불안감이 떠나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다들 복잡한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말까지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계엄 발표 당시에 이어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추가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그냥 넘어갔다. 언제 다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계엄 파동 이후 아직까지 정리된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하며 사태 추이만 주시하는 모양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참모들도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계엄 선포가 무모했다는 방증 아니겠냐"며 냉소를 보냈다.
우왕좌왕하는 대통령실의 기류가 소통채널에도 드러난다. 통상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나 대국민담화 내용은 '대한민국 대통령실'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하지만 5일 현재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국문·영문 사이트 양쪽 모두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관련된 사진·영상·발언문·보도자료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윤석열'에도 이날 정 실장의 국방부 장관 인선 관련 브리핑 영상은 게시됐지만 계엄 관련 영상은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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