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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에 짓밟혀 쑥대밭으로 변한 아수라장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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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지만 국회 곳곳은 전날의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방탄복과 소총으로 무장한 계엄군 진입을 막기 위해 대치했던 길목마다 쌓아 올린 집기가 가득했고, 파손된 창문 등 잔해로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국회의사당에서 발생한 위헌·위법적인 행위, 이로 인한 물리적인 피해와 손실에 대해 국회의 안전과 질서를 책임지는 국회 사무총장으로서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 사무총장은 전날 계엄군이 망치 또는 소총으로 부순 창문과 잔해 등 국회의사당 내부를 둘러보고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국회 안은 전날 밤 빚어진 충돌로 아수라장이었다. 비상계엄 명령에 따라 계엄군 280여 명이 경내로 들어오자 국회의원 보좌진과 직원들이 막아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치 흔적이 곳곳에 가득했다. 계엄군이 진입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사무실 창문은 파손된 상태였고, 바닥에는 국회 관계자들이 계엄군을 향해 뿌린 소화기 분말이 하얗게 가라앉아 있었다. 직원들은 본회의장과 연결된 모든 출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기 위해 쌓아둔 책상과 소파 등 각종 집기를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맨몸으로 계엄군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직원도 있었다. 실제로 전날 대치 직후 한 국회 관계자는 이마가 찢어진 채 "응급처치를 받을 곳이 없느냐"고 물었다. 현재 정확한 부상자 수와 피해 정도는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총장은 국회의원들의 신변 보호와 국회 기능 확보를 위해 "오늘부터 국방부 직원, 경찰 등에 대해 국회 청사 출입을 전면 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계엄군의 불법행위가 담긴 폐쇄회로(CC)TV 전체를 공개할 예정이다.
전날 국회 밖에서도 격앙된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경찰이 국회 외곽 출입구를 폐쇄하고 출입을 제한하자 들어가려는 의원들과 직원들이 뒤엉키면서 고성이 오간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로 들어가는 도중 한 시민은 "정신 차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또 다른 시민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계엄령이냐"며 반발했다. 일부 의원들은 담을 넘어 본회의장으로 들어왔다. 우 의장 역시 밤 10시 57분쯤 경찰차에 가로막혀 진입이 어려워지자 동행한 경호대장 2명과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우 의장은 당분간 공관으로 퇴근하지 않고 국회 집무실에서 24시간 비상 대기 상태를 유지한다.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5당 대표와 연속으로 긴급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한다. 국민의힘은 오전 비상의원총회 소집에 이어 오후에도 "경내에서 대기해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의원들과 보좌진,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비상시국대회를 열고 정부를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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