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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소외된 노동자…오늘의 문제를 응시하다 [한국출판문화상]

입력
2024.12.07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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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올해의 교양서 10종

올해는 노동, 계급, 빈곤 등을 정면으로 응시한 사회과학 서적이 도드라졌다. 빈곤 가정에서 나고 자란 8명의 삶을 10년간 추적한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플랫폼 노동자나 가짜 자영업자 등 전통적 노동의 경계 바깥 노동자를 조명한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제헌국회 의원들의 새로운 국가를 향한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헌법의 순간'은 현직 대통령이 헌정을 유린하는 초유의 사태로 나라가 혼란한 가운데 펼쳐볼 만한 책이다.

새로운 시각과 풍성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와 '야구의 나라'는 대중 교양서의 미덕을 갖췄다는 평가다. '찬란한 멸종',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은 중량감 있는 저자들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책들이다. 그림책 작가의 빼어난 글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만질 수 있는 생각', '한글 타자기 덕후' 저자가 진심을 담아 쓴 '한글과 타자기', 쇼핑중독자였던 저자의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도전기인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도 흥미진진하다.

생명과학 입문서로 손색없는 '송기원의 생명 공부'도 호평을 받았지만 증보판인 관계로 아쉽게 '올해의 교양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강지나 지음·돌베개·279쪽·1만7,500원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강지나 지음·돌베개·279쪽·1만7,500원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지음·돌베개 발행

25년간 교사 생활을 한 저자가 가난한 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쓴 책. 1990년대 빈곤 가정에서 태어나 2010년대 청소년기를 보내고, 2020년대 청년기를 지나는 8명의 삶을 쫓은 10년의 기록이다. 제자들에 대한 애정과 학자로서의 냉정함으로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적 구조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만질 수 있는 생각·이수지 지음·비룡소·344쪽·2만5,000원

만질 수 있는 생각·이수지 지음·비룡소·344쪽·2만5,000원

▦만질 수 있는 생각

이수지 지음·비룡소 발행

2022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가 쓴 첫 에세이집. 특유의 '글 없는 그림책'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아온 저자의 초창기 작업 노트부터 외국 편집자와 일했던 일화 등을 자세히 담았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일상, 사물과의 인연 등 개인적 소회도 덧붙여 작품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승윤 지음·문학동네·248쪽·1만7,000원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승윤 지음·문학동네·248쪽·1만7,000원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이승윤 지음·문학동네 발행

노동 연구로 국내외 주목을 받아온 저자가 근로기준법으로 규율할 수 없는 '회색지대'의 노동을 고찰했다. 전통적 노동 개념을 구성하던 경계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액화노동(melting labour)' 개념을 통해서다. 노동의 변화를 쫓아오지 못하는 제도, 불안정 노동의 확대 등 악순환을 막기 위한 제도 변화를 모색한다.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강인욱 지음·김영사·336쪽·2만 원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강인욱 지음·김영사·336쪽·2만 원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강인욱 지음·김영사 발행

고고학이라는 학문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써왔던 저자가 쓴 고고학 개론서. 전공자뿐 아니라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풀어 썼다. 과거 사람들이 실제 사용했던 유적·유물을 발굴·조사하는 과정을 따라 시간 여행을 떠나보게 하는 책. 역사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현재를 반추하고, 우리 삶과 맞닿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야구의 나라·이종성 지음·틈새책방·328쪽·1만8,000원

야구의 나라·이종성 지음·틈새책방·328쪽·1만8,000원

▦야구의 나라

이종성 지음·틈새책방 발행

스포츠사회학자인 저자는 한국 야구가 '국민 스포츠'가 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을 추적한다.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까지 엘리트주의와 지역주의라는 키워드로 야구를 둘러싼 문화사적 맥락을 더듬는다. 야구 자체보다 학벌, 경제, 정치와 미디어 권력이 야구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한국 사회에 대한 얘기를 더 담아낸 책이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이소연 지음·돌고래 발행·324쪽·1만7,000원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이소연 지음·돌고래 발행·324쪽·1만7,000원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소연 지음·돌고래 발행

패션디자이너를 꿈꿨던 저자는 2019년부터 새 옷을 사지 않는다. 옷 때문에 벌어지는 환경오염과 인권침해 실상 등 옷이 생산·유통·폐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해악을 여과 없이 펼쳐놓는다. 소비 심리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패션업계 '계략'을 넘어 새 옷 없이도 자기표현과 행복을 실현하는 법을 알려준다.

찬란한 멸종·이정모 지음·다산북스·351쪽·2만1,000원

찬란한 멸종·이정모 지음·다산북스·351쪽·2만1,000원

▦찬란한 멸종

이정모 지음·다산북스 발행

인류가 멸망한 것으로 가정한 2150년부터 지구가 탄생한 46억 년 전까지 거꾸로 거슬러 오른다. 그 과정에서 범고래, 네안데르탈인, 산호, 삼엽충 등 생명체의 시선으로 역사와 대멸종을 맛깔나게 펼쳐낸다. 생명은 5번이나 대멸종 위기를 맞았지만 더욱 찬란히 진화했듯 '인류가 지속하는 지구'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조형근 지음·한겨레출판사·312쪽·2만 원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조형근 지음·한겨레출판사·312쪽·2만 원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조형근 지음·한겨레출판사 발행

파리코뮌, 러일전쟁, 의화단운동, 1차대전, 3·1운동, 1차 상하이사변, 베를린 올림픽, 중일전쟁, 2차대전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격랑을 배경으로 하는 교양 역사서. 정치인과 군인, 연예인과 작가, 과학자와 지식인, 성을 파는 여성과 여성운동가, 독립운동가와 밀정, 평범한 생활인들의 삶을 종횡무진 오간다.

한글과 타자기·김태호 지음·역사비평사·320쪽·1만8,500원

한글과 타자기·김태호 지음·역사비평사·320쪽·1만8,500원

▦한글과 타자기

김태호 지음·역사비평사 발행

한국 근현대 과학기술사를 전공한 저자는 세벌식 자판 사용자다. 2003년 이후 꾸준히 한글 타자기 역사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글을 썼다. 총 24개 자음과 모음을 26개 알파벳을 사용하는 로마자 타자기에 이식했던 초기 작업부터 한국전쟁 이후 빠르게 퍼졌던 공병우의 세벌식 타자기까지, 한글 기계화의 기술, 미학, 역사를 톺아본다.

헌법의 순간·박혁 지음·페이퍼로드·356쪽·1만9,000원

헌법의 순간·박혁 지음·페이퍼로드·356쪽·1만9,000원

▦헌법의 순간

박혁 지음·페이퍼로드 발행

1대 국회의원 198명의 대한민국 헌법 제정 과정을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그려낸 역사서. 1948년 6월 23일부터 7월 12일까지 20일간 헌법안 10장 103개 조항을 만들며 주고받은 열띤 논쟁과 발언이 그대로 담긴 제헌국회 속기록을 바탕으로 썼다. 제헌 의원들의 애국심과 새로운 국가를 향한 열망을 엿볼 수 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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