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한국과 일본, 말이 닮아서 기뻐"...한국 팬들에 반한 일본 밴드 '히게단'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이 첫 한국 콘서트는 아닙니다. 8년 전에 라이브 하러 온 적이 있어요. 그때는 관객이 50명이었는데 오늘은 8,000명이 오셨어요. 마지막까지 같이 즐겨요. 가자, 서울!”
국내 대중에겐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일본 대중음악계에선 현재 최고 인기 밴드인 오피셜히게단디즘의 보컬 후지하라 사토시가 등장하자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 킨텍스 5홀은 8,000여 관객의 함성으로 들썩였다. 첫 곡은 2019년 두 번째 정규 앨범이자 메이저 데뷔 앨범인 ‘트래블러’에 담긴 히트곡 ‘프리텐더’. 예열 과정 없이 시작부터 클라이맥스로 치닫겠다는 의지와 다름없었다. 좌석을 따로 두지 않고 스탠딩으로만 채워서인지 공연 시작 1시간여 전부터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첫 곡부터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불을 지폈다. 이 곡은 국내에서 가수 하현상이 커버한 버전으로도 꽤 알려졌다.
지난 7월 발매한 최근작인 정규 4집 ‘리조이스(Rejoice)’를 이번 아시아 투어 제목으로 정한 이들은 일본 투어 당시 연주했던 세트리스트(Setlist∙공연 곡목)가 아닌 한국 팬들을 위한 히트곡 위주 구성으로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히게단(수염남자)’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이들은 ‘숙명’ ‘스탠드 바이 유’ ‘예스터데이’ ‘일상’ 등 곡마다 조명과 영상을 바꿔 가며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고 매 곡마다 관객들은 떼창과 환호로 애정을 드러냈다. 후지하라를 비롯해 기타리스트 오자사 다이스케, 베이시스트 나라자키 마코토, 드러머 마쓰우라 마사키 등 네 멤버는 곡 사이에 “저는 술 좋아해요, 참이슬 주세요” “삼겹살 먹고 싶어요” “노래해줘서 고마워요” 같은 한국어로 관객과 소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히트곡 위주 구성이어서 공연은 기승전결 구분 없이 매 곡마다 절정으로 내달렸다. 관객들이 따라 부르기 어려운 고음이 많은 곡들을 이어 부르면서도 후지하라의 보컬은 흔들림이 없었고 세 멤버의 연주도 공연장을 빈틈없이 꽉 채웠다. ‘서브타이틀’ ‘체스보드’, 애니메이션 ‘도쿄 리벤저스 2’ 오프닝인 ‘화이트 노이즈’ ‘믹스 넛츠’ 등으로 이어진 히트곡 퍼레이드에 쏟아진 환호와 박수는 국내 팬덤의 규모를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오피셜히게단디즘은 2012년 일본 시마네현에서 결성된 13년 차 팝 록 밴드다. 그룹 이름은 ‘수염이 어울리는 나이가 되더라도 두근두근거리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뜻이다. 2015년 인디 밴드로 시작해 2018년 싱글 ‘노 다우트’로 데뷔했고 이후 히트곡들을 쏟아내며 일본의 정상급 밴드로 떠올랐다. 특히 ‘프리텐더’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조회 수 5억4,000만 회를 넘어섰고, 지난해 빌보드 재팬이 공개한 연말 결산 차트에서 최고의 싱글 100곡 중 2위에 오른 ‘서브타이틀’을 비롯해 8곡이 올랐다. 미세스그린애플, 요아소비, 백넘버 등과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로 꼽힌다. 그사이 국내에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팬들이 크게 늘었다. 이번 내한공연은 당초 1일 한 차례만 열릴 예정이었으나 순식간에 매진되자 이날 공연을 추가했고 이 역시 바로 매진돼 재판매 티켓 가격이 2, 3배가량 뛰기도 했다.
히게단 멤버들은 이 같은 국내 팬들의 환호에 적잖이 감동을 받은 듯했다. 후지하라는 “이렇게 즐겁다면 꼭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또 만나요, 약속해요”라는 말을 거듭했다. “일본어로 약속은 한국어로도 약속”이라며 “말이 닮아서 기쁘다”고도 했다. ‘솔수프’ ‘타투’ 등 3곡으로 앙코르 무대를 마친 이들은 다른 세션 연주자들과 함께 작별 인사를 마친 뒤에도 한동안 무대를 떠나지 못하고 관객들과 인사를 나눈 뒤에야 백스테이지로 떠났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