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사상 초유의 감사원장 직무정지 위기… 정치적 입김에 더 휘둘린다

입력
2024.12.03 19:00
수정
2024.12.03 19:11
3면
구독

4일 국회 본회의 표결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입구 모습. 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입구 모습. 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3일 감사원은 초유의 사태를 지켜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탄핵안이 통과돼 ‘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바뀔 경우 향후 감사에 대한 중립성을 놓고 여야 간 시비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감사원이 정치적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사원 관계자는 “(탄핵소추안에 대한) 의결이 이뤄지면 안 된다는 입장은 여전하다”며 “가결될 경우 의결서가 감사원에 도착해 접수된 때부터 (감사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이 경우 원장 다음 순번인 조은석 감사위원(임기 내달 17일까지), 뒤이어 김인회 감사위원이 원장 역할을 맡는다.

두 감사위원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다. 이에 여당은 문 정부를 비롯해 그간 활발했던 야권을 겨냥한 감사가 시들해지는 반면, 대통령 관저 이전 논란 등 윤석열 정부를 겨눈 사안들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가 진행될 것으로 우려한다. 조 위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해양경찰청의 부실 구조에 대한 검경 합동수사를 지휘했고, 김 위원은 참여정부 시절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특히 최 원장 탄핵 이후 감사원은 정치적 입김에 더 휘둘릴 공산이 크다. 현재 ①사드 정식 배치 고의 지연 의혹 ②북한 최전방 초소(GP) 철수 부실 검증 등 문 정부와 연관된 사안의 감사 결과 발표가 남아 있는데, 두 사건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와도 여야 모두 곧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에 편승해 국민 여론도 또다시 쪼개지고 공방이 가열될 우려가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10년대 이후 여야의 강대강, 극대극 대립이 심화되면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전 정권을 겨냥하는 경향이 짙어진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고 쌓이면서 편파 감사 의혹으로 이어진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 원장이 국회에서) 감사를 통해 국정을 지원한다는 인식을 내비친 점부터가 근본적 문제”라고 꼬집으며 “(탄핵 소추 결과와 별개로) 감사원 내부 인식이나 행태 등을 돌아보고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