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가부 차관 "정우성 아들, 혼외자라고 부르지 말자"

'이상한 정상가족' 쓴 김희경 전 차관
"혼외자·혼중자 구분, 편견 조장"
"혼외자 아니라 그냥 아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 뉴시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비혼 출산을 인정한 배우 정우성의 아들을 '혼외자'로 칭하는 것을 두고 "계속 혼외자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거슬려서, 좀 그러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상가족의 틀을 깨고 비혼 출산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필요에 대해 다들 이야기하는데 나까지 말을 얹을 필요를 느끼지 못해 몇몇 언론사의 코멘트와 도움말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아이를 혼외자·혼중자로 구분해 부르는 것 자체가 정상성에 대한 지독한 강조인 데다 편견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부모를 중심에 두고 바라보는 시각이고, 아무런 책임도 없는 아이에게 부정적 낙인을 찍는 용어"라고 비판했다.

현행 민법은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태어난 아동을 '혼인 외의 출생자'(혼외자)와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로 구분하고 있다.

2019년 여가부에서 발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이상(75.6%)이 혼인 외의 출생자라는 법적 용어 폐기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여성의 찬성 비율이 78.4%로 남성(72.9%)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의 찬성 비율이 83.6%로 가장 높았으며, 70대는 56.3%에 그쳤다.

김 전 차관은 이 조사 결과를 상기시키며 "다수가 이미 낡았다고 느끼는 차별적 용어인 '혼외자'라고 아이를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보자. 혼외자가 아니라 그냥 아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9년 2월 8일~2020년 9월 8일 제6대 여가부 차관을 지냈다. 여가부 차관으로 일하던 당시 비혼 동거 커플 등 혼인이나 혈연관계로 묶이지 않은 관계도 법률상 '가족'에 포함시키기 위해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해왔다.

2017년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체벌·폭력 문제, 한국에서 비정상 가족으로 산다는 것 등 지나치게 강한 가족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지적하는 책 '이상한 정상가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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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