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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빼고 사회·과학 늦추고… '속도 조절' AI 교과서, 정착까지 난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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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내년 3월 예정대로 초·중·고 4개 학년의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도입하되, 내후년 국어와 기술·가정 과목에 확대 도입하려던 계획은 철회했다. 사회와 과학 과목도 예정보다 1년 늦춘 2027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AI 교과서 도입으로 학생 수준별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학습 효과를 둘러싼 의문이나 학생 디지털 과몰입 우려 등을 감안해 도입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AI 교과서 구독 예산, 법적 지위 확보 등 AI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고 기대 효과를 내려면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 도입될 AI 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와 로드맵 조정안을 발표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창의재단이 진행한 검정 심사에선 검정을 신청한 AI 교과서 146종 가운데 12개 출원사에서 제작한 총 76종이 통과했다. 내년 3월부터 초3·4, 중1, 고1이 사용할 검정본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3월에는 예정대로 영어, 수학, 정보 교과에 AI 교과서가 우선 도입된다. 초등 특수교육에서는 국어 과목에 도입된다. 이 부총리는 “영어, 수학, 정보 교과에 AI 교과서를 먼저 도입해 교실 수업의 변화와 교육 격차 해소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내후년 AI 교과서 도입 예정이었던 국어와 기술·가정(실과) 과목은 교육현장 우려에 계획을 철회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최근 국어 과목에 AI 교과서를 도입하면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기술·가정도 일상에서 실천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AI를 활용한 맞춤 학습이 제한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과학 과목은 적용 시기를 예정보다 1년 늦춰졌다. 당초 정부는 초등학교 사회·과학, 중학교 과학에 2026년부터 AI 교과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2028년 도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AI 교과서의 현장 정착을 위해 일단 영어와 수학 도입에 집중하고, 다양한 공공데이터 등이 필요한 사회와 과학은 검정 기준 등을 보완해 2027년부터 도입하기로 일정을 조정했다.
국정교과서를 쓰는 특수교육의 경우 국어는 내년 초등학교부터 AI 교과서를 도입하고, 수학은 내후년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27년 중학교, 2028년 고등학교까지 확대한다. 생활영어와 정보통신 교과는 계획을 바꿔 도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부총리는 “AI 교과서를 통해 맞춤 교육이 실현되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돼 공정한 교육 기회가 보장된다”며 “AI 교과서는 교육 격차 해소, 양극화 타개를 위한 핵심 정책이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AI 교과서 도입·정착 과정엔 예산과 법적 지위 확보, 디지털 과몰입 우려 해소 등 해결 과제도 산적해 있다.
현재 초중고교 교과서 구입(구독) 예산은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AI 교과서 도입 관련 약 6,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 가운데 교과서 구독료 예산이 1,766억 원이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년부터 4년간 AI 구독료를 1조9,252억~6조6,156억 원으로 추계하는 등 예산 부족 우려가 나온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특별교부금 등 국고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 부총리는 “발행사와 가격 협상 중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말하기 어렵지만 (연간 구독료가) 1조 원 미만(2028년 기준)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지방교육 재정 여건을 봐서 필요하다면 특별교부금으로 부담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구독료 협상은 다음 달 중 마무리된다.
AI 교과서의 ‘교과용 도서’ 지위도 위태롭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AI 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교과용 도서는 모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에 사용 여부가 달려 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AI 교과서의 사용률이 크게 낮아져 정책 효과가 사라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 부총리는 “AI 교과서가 교과서의 지위를 잃게 되면 학생들의 균등한 교육 기회를 박탈하고 교실 혁명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육 격차가 오히려 확대될 우려가 크다”며 “국회와 지속 협의하고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를 중심으로 AI 교과서 사용에 따른 디지털 과몰입 우려도 여전히 높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디지털 과몰입은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현상으로, AI 교과서 도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검정을 통과한 AI 교과서는 다음 달 2일부터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일선 학교들은 해당 교과서를 검토한 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사용할 AI 교과서를 최종 선정한다.
교육부는 교육 현장에 AI 교과서가 안착할 수 있도록 교원 연수를 집중 지원한다. 올해 상반기 선발한 선도 교원 1만여 명을 현장에 파견해 AI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 설계 실습 연수를 지원한다. 올해 하반기까지 약 15만 명의 교원들이 AI 교과서 연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기반시설 관리를 위해 일선 학교에 디지털 튜터 1,200명도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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