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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안 보이는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지주사 주총 표 대결 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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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창업주 아내(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와 딸(임주현 부회장)이 경영권 탈환에 실패했다. 다만 이들과 3인 연합을 구성한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이사로 선임되면서 창업주 두 아들(임종윤·종훈 형제)과의 경영권 다툼은 사실상 무승부가 됐다. 경영권을 둘러싼 창업주 일가의 분쟁 장기화로 그룹 경쟁력이 크게 하락할 거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는 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안건이 특별결의안 통과 기준(66.6%)을 넘지 못한 찬성률 57.89%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임 부회장 이사 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됐고, 신 회장 이사 선임 안건(일반결의안)은 절반을 넘은 57.86%가 찬성해 통과됐다.
이로써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형제 측이 경영 참여를 선언하며 5대 4로 3인 연합 측을 앞섰던 이사진 구성이 5대 5 동률로 바뀌었다. 이사회 인원을 늘려 5대 6으로 뒤집으려 했던 3인 연합 측 시도는 결국 무산됐다. 형제 측 역시 3인 연합의 추가 이사 진입을 저지하지 못하면서 양측 모두 '완승'에는 실패한 모양새가 됐다.
결국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앞으로 아무런 의사결정을 못 하는 무력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신 회장은 이날 주총 종료 후 입장문을 통해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의사결정 최우선 순위에 두고 판단할 것"이라며 "분쟁으로 인한 갈등을 완충시키면서 조화로운 경영 모델을 이뤄내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쟁은 쉽게 정리되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임종훈 대표는 주총 현장을 빠져나가면서 "이사회 구성이 동수가 되는 상황이라 제가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며 "(12월 19일 열릴)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는 이날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된 신 회장과 박재현 현 한미약품 대표의 해임안이 올라와 있는데, 임 대표가 이사진 견제 없이 독단적인 의결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지분 41.3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형제 측이 한미약품까지 장악하더라도 갈등 해결은 멀어 보인다. 당장 양측에 얽힌 고소·고발도 상존하고 주총 결과나 이사회 의결에 대해 향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사이언스의 형제 측 이사진 임기가 2027년 3월까지인데, 지분 과반에 가까운 3인 연합은 2년여 뒤면 원하는 이사진으로 재편할 수 있게 된다. 형제 측은 경영권의 '시효'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3인 연합과 적절히 화해하거나 신 회장 이상의 백기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미약품그룹 안팎에선 끝이 안 보이는 분쟁 탓에 애써 쌓아온 신약개발 기술을 비롯한 미래 성장동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총에선 형제 측이 승리한다 해도 결국 지분이 불리한 '시한부' 경영권"이라며 "정말 회사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2년 내에 경영권을 내주지 않으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우군을 확보하거나 3인 연합과 극적으로 화해하는 방법뿐"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날 주총은 의결권 위임장 집계 등 준비 과정이 지연되면서 당초 개최 예정 시각인 오전 10시보다 4시간 30분 늦은 오후 2시 30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이에 일부 주주들이 항의하며 한때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형제 측의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불참했다. 3인 연합 측도 모두 총회 현장에 오지 않고 대리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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