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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혈세 먹는 올림픽 경기장… 폐막 후 300억 '펑펑'

입력
2024.11.27 15:00
수정
2024.11.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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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경기장 유지 보수에 58억 편성
올림픽 폐막 이후 혈세 300억 원 투입
강원도의회 "국가적 차원 관리 필요"

2018평창올림픽에서 루지와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이 열렸던 평창 슬라이딩 센터. 연합뉴스

2018평창올림픽에서 루지와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이 열렸던 평창 슬라이딩 센터. 연합뉴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치렀던 경기장이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매년 5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유치 때부터 예측 가능했던 문제를 장기간 해결하지 못해 여전히 강원도 재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강원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올림픽 유산 관련 비용 209억8,876만 원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58억1,027만 원이 경기장 유지·관리를 위해 편성됐다. 강원도는 올해에도 평창 슬라이딩 센터와 △알펜시아 스키점프 타워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센터를 비롯한 스포츠파크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 하키센터 등 6개 경기장 위탁관리를 위해 61억8,800만 원을 썼다. 평창올림픽 폐막 이후 경기장 유지를 위해 지출한 혈세가 300억 원에 육박한다는 게 도의회의 지적이다.

반면 올해 초 열린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을 제외하면 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영화 촬영이 이뤄지거나 세계합창대회 등이 열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대한체육회와 2028년까지 평창과 강릉 올림픽 경기장에서 전국 동계체전을 여는 협약을 한 게 성과로 꼽힌다. 경기장을 활용해 썰매와 설상, 하키 유망주 등 동계스포츠 불모지에서 '평창 키즈'를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강원도는 올림픽 폐막 이후 용역을 통해 경기장 활용방안을 찾겠다고 수차례 강조했으나 6년이 넘도록 별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시설을 활용한 체험시설과 워터파크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으나 장밋빛 청사진을 남발한 말잔치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올림픽으로 인한 이익보다 손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도의회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계스포츠 저변이 두텁지 않은 국내 현실을 볼 때, 경기장 사후 활용이 마땅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로 다가왔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박기영(국민의힘) 강원도의원은 "도민을 위한 소중한 예산을 무한정 계속 쏟아부을 수는 없다"며 "국가적 지원을 받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준비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고 대책을 주문했다.

앞서 강원도의회는 이달 초 1988년 서울올림픽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서울올림픽 경기장과 시설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통해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서울올림픽과 평창동계올림픽 모두 국민에게 감동의 순간으로 기억된 국가적 행사이자 소중한 올림픽 유산이므로 다르게 관리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8평창올림픽 스키점프, 알파인 복합 종목이 열렸던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타워. 연합뉴스

2018평창올림픽 스키점프, 알파인 복합 종목이 열렸던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타워. 연합뉴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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