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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부터 117년 만의 폭설에 곳곳 정전·통제... 출근길 시민들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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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랑 똑같이 나왔더니 벌써 20분이나 늦었네요. 지하철을 3대는 보낸 것 같아요."
27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사당역은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했다. 역사 곳곳엔 "웬일이야" "미치겠다" 등 지각 위기를 맞은 직장인들의 한숨소리가 가득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출발했다는 직장인 심예린(23)씨는 "이 시간엔 보통 여유 있게 타는데 오늘은 앞사람들을 밀면서 겨우 탔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날 서울엔 밤사이 내린 폭설로 16㎝ 넘는 눈이 쌓였다. 기상관측 117년 만에 11월 적설량으론 최고치다. 올겨울 첫눈이 예상치 못하게 많이 내린 탓에 도로혼잡과 열차 지연 등으로 출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얼어붙은 도로에선 안전사고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서울지하철 9호선 등 일부 노선은 폭설로 열차 출고가 지연돼 승강장엔 지각할까 봐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이 가득했다. 무리하게 상대를 밀치며 지하철에 탑승하려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선릉역 인근으로 출근한다는 직장인 김모(34)씨는 "눈이 오니까 도로가 막혀 버스가 평소보다 20분가량 늦어졌는데 지하철 타기도 힘들어 보인다"며 "아무래도 회사에 지각할 것 같다고 얘기해야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출장 왔다는 박순관(41)씨는 "폭설 때문에 기차가 늦어졌다"며 "고객과 약속한 시간이 벌써 30분이나 지나 마음이 급하다"고 했다.
영하권으로 내려간 날씨에 도로가 얼어 미끄럼 등 사고를 겪는 시민도 많았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신모(34)씨는 "눈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며 "하필 오늘 흰 옷을 입어 다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리막길이 많은 동네인데 제설이 안 돼서 위험하다"고 아쉬워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모(28)씨도 "아침에 길이 미끄러워 휴대폰을 떨어트렸다"고 했다.
폭설 영향으로 추정되는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쯤 송파구 가락동 아파트 재건축 공사장 옆에 설치된 보행자 안전통로에서 지붕패널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50대 여성 1명이 심정지 상태에 빠졌으나 이송된 병원에서 호흡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50대 남성 1명과 60대 여성 1명도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폭설로 인해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물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곳곳에서 정전도 잇따랐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성북구 성북동에선 눈이 쌓여 무거워진 가로수가 쓰러지며 전주와 전선을 건드려 174호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비슷한 시간 은평구에서도 폭설에 전신주가 쓰러지며 일대 주택 등 39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아찔한 버스 사고도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성북구 정릉동 정수초 뒤편 내리막길에서 마을버스가 미끄러져 주차돼 있던 차량 2대를 들이받았다. 이후 버스는 길가에 설치된 반사경, 주택과 부딪힌 뒤 멈춰섰다. 출근 및 등교가 끝난 시간이라 승객과 보행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버스 기사 역시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오전 7시부터 제설대책 2단계로 격상하고 인력 9,600여 명과 제설장비 1,400여 대를 투입하는 등 폭설에 따른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김성보 서울시 재난안전실장은 "강설로 인한 시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며 "시민들께서도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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