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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상법 개정 '심판' 자청... 사법리스크 내몰려도 정책은 주도

입력
2024.11.22 19: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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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상법개정안 대국민토론 제안
개미 투자자, 재계 입장 조율 자처
'소액주주 보호' 큰 틀 유지하되
배임죄 문제 등 일부 보완 여지
사법리스크 시선 분산 노림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확대간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확대간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상법 개정안에 대한 '대국민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민주당의 개정안을 놓고 전날 재계가 긴급성명까지 내며 강력 반발하자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1,500만 개미 투자자와 재계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하며 이슈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담겼다. 무엇보다 고조되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쏠리는 관심을 정책 이슈로 분산하려는 노림수가 엿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두고 대기업 사장단은 기업 경영에 애로가 예상되니 자제해달라고 긴급성명까지 발표했다. 한편으론 소액 투자자들은 신속한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찬반 양측의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직접 토론자로 등판해 쌍방의 입장을 들어보고 당의 입장을 최종 정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내놓은 상법 개정안은 소액 주주의 권익 보호가 핵심이다. △기업 이사회에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와 '보호의무'를 동시에 부과하고 △총자산 2조 원 이상인 상장사의 집중투표제(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 시행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경제민주화 완결판'으로 진보 진영에선 숙원사업으로 꼽혔지만, 재계와 보수 진영의 반발로 매번 흐지부지돼 왔다.

때문에 이번 공개토론 제안은 진보 진영과 재계를 공히 설득하는 이중 카드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소액 주주 보호'라는 명분을 지켜 개미 투자자들의 민심을 등에 업으면서도, 재계의 반발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유연한 실용주의자 이미지를 노려볼 수 있어서다.

당장 이 대표는 "소액 투자자들 보호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 방법을 두고 얼마든지 타협해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며 민주당의 개정안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법안의 큰 틀은 흔들지 않되, 기업들이 악용을 우려하는 배임죄 문제를 손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경영진이 경영상의 판단을 '충실하게' 내렸을 경우에 면책하는 대법원 판례에 준용해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여권의 반발이다. 국민의힘은 기업의 경영권을 포괄적으로 제약하는 상법 개정안 대신 상장법인에 한해 규제를 핀셋 적용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기업은 소액 주주들에 의한 상시소송 리스크와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으로 경영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불태우자는 거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정기국회 통과를 못 박은 만큼 개정안은 연내 처리가 유력하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만 해도 상법 개정안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민주당이 치고 나오자 뒤늦게 발을 뺐다. 야권의 한 정책통 인사는 "상법 개정안은 명분이나 여론 면에서도 재계가 이기기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1,500만 개미들의 표심을 잡아 대선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이슈"라고 전망했다.




강윤주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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