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22일 발표한 내년 AI 동향에서 특정 주제나 영역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AI 에이전트가 주요 주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 제공
요즘 인공지능(AI)의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하는 것이 AI 에이전트다. AI 에이전트는 특정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AI다. 오픈AI의 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클로드와 퍼플렉시티 등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궁금한 것들을 알려주는 거대언어모델(LLM)이라면 AI 에이전트는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업무를 도와주는 일종의 특화된 비서 같은 AI다. 그래서 기업들은 LLM보다 AI 에이전트가 더 실용적이라고 본다.
AI 에이전트의 등장은 AI가 안고 있던 두 가지 과제와 연결돼 있다. 하나는 실용성이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범용 AI는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반면 특정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루기 힘들다. 그러려면 관련 분야의 자료를 꾸준히 제공해 AI를 학습시켜야 한다. 그런데 요즘 기업들은 내부 정보가 새어나갈 것을 우려해 직원들이 GPT 같은 대중적인 AI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곳들이 많다. 그 바람에 범용 AI는 특정 기업 또는 특정 산업군 종사자들이 전문적인 정보나 일 처리를 맡기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또 다른 과제는 수익성이다. 범용 AI는 대중에게 무료 또는 월 이용료를 받는 구독 서비스와 연결 소프트웨어(API)를 이용한 기술 지원 등으로 돈을 번다. 이런 방식은 구글, 오픈AI, 메타처럼 AI 엔진을 개발하는 업체들에는 유리하지만 AI 엔진으로 응용 서비스를 만드는 신생기업(스타트업)에는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다.
AI 에이전트는 이런 범용 AI의 한계를 파고들어 특정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루는 버티컬 AI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요즘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대기업까지 속속 AI 에이전트에 뛰어들고 있다. AI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엔비디아는 22일 발표한 내년 AI 전망에서 AI 로봇, AI 보안과 함께 AI 에이전트를 내년에 부상할 AI 핵심 주제로 꼽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20일 개최한 '이그나이트 2024' 행사에서 AI 에이전트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열린 'AI 서밋' 행사에서 전 세계 기업들을 겨냥한 AI 에이전트 '에스터'를 공개했다. KT도 MS와 손잡고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AI 에이전트 시장이 약 7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 봤다. 그만큼 경쟁 또한 치열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구글, 오픈AI, 메타 등 LLM을 개발하는 대기업들이 AI 에이전트 개발에 뛰어드는 것을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우리도 이런 흐름을 지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AI 에이전트 개발 등으로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 AI 스타트업 와들의 박지혁 대표는 아파트가 많은 한국 사정을 감안해 아파트를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스마트홈 AI를 개발해 넣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법과 제도의 지원이다. AI 등장 이전에 나온 제도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디지털 전환에서 우리보다 뒤진 일본은 AI만큼은 앞서가기 위해 AI의 저작물 학습을 확대하고 내년에 정부 주도로 대규모 펀드를 만들어 AI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반면 AI 에이전트가 활성화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으니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이에 대한 대책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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