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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혐오'도 처벌하는 일본 사회 위해 헤이트 스피치와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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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 증명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습니다. 그래도 '헤이트스피치해소법'을 바꿀 수 있게 싸울 겁니다."
올해 3월 일본 도쿄지방법원에 고교 동창생 니시무라 모토노부(69)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재일동포 3세 김정칙(69)씨는 지난 18일 한국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8개월간의 소송 과정에 대해선 "의외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했다.
일본은 2016년 인종 혐오·차별 시위를 막겠다며 '헤이트스피치해소법'(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사회 정의 구현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법이라는 게 김씨의 판단이다. 소송 제기 전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직접 겪고 나니, 처벌 조항이 없는 법이어서 '불특정 다수 상대 증오 표현'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마저도 피해 사실은 본인이 증명해야 했다. 니시무라가 2002년부터 엑스(X)에 '한국인은 멍청하다'거나 '재일(동포) 김군을 체포하자'는 혐한 글을 140건 넘게 올렸는데도 "한국인을 차별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김씨가 소송을 낸 것은 재일동포를 위해, 더 나아가 외국인을 배척하는 일본 사회를 바로잡겠다는 '정의 구현' 차원이었다. 니시무라가 지난 7월 김씨에게 '화해하자'고 제안할 때만 해도 가능할 줄 알았다. 그러나 법원은 '외국인 차별이 아닌, 본인이 당한 피해를 증명하라'는 요구만 되풀이했다. 그러자 니시무라는 X에 다시 혐오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김씨는 "니시무라 사례가 헤이트 스피치로 인정되지 않으면, 앞으로 '집단을 향한 비난'은 괜찮다는 인식이 퍼질까 걱정된다"고 한탄했다.
소송 과정에서 남성보다 여성을 더 공격하는 사회의 비겁함도 새삼 깨달았다. 김씨는 소송 제기 후 혐한·극우 세력이 자신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했다. 헤이트 스피치에 맞서 먼저 소송을 낸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씨가 지난해 10월 승소하긴 했지만, 그가 어떤 협박을 받았는지 목도했기 때문이다. 신변 위협을 느껴 방탄조끼를 입고 다녔고, 온라인에서도 비방 글이 쏟아질 정도였다.
그러나 뜻밖이었다. 김씨는 "놀랍게도 (나한테는) 별일이 없었다"며 "성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그들의 비겁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보다 먼저 싸운 재일동포들, 여성 차별을 위해서라도 더 싸워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다음 달 5일 열릴 변론을 앞두고 "어떻게든 피해를 증명해 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는 "소송에서 이기면 SNS에서의 헤이트 스피치는 줄어들 것"이라며 "나아가 '집단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도 처벌 대상이 되도록 헤이트스피치해소법 개정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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