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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물렸다" 화풀이 민원에 무너지는 감정 노동자들..."처벌 범위 확대해야"

입력
2024.11.20 18:10
수정
2024.11.20 18:3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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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다산콜, 감정노동자 보호 컨퍼런스
최근 5년간 악성·강성 민원 8만363건
법적 조치는 단 35건에 불과
"끊을 권리 또는 상담 시간·횟수 제한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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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안으로 모기가 들어와서 물렸는데 어쩔 거야!"

서울시 '120다산콜재단' 상담사들은 2010년부터 14년간 이른바 '모기 민원'에 시달렸다. 사유지 내 모기 방역 요구에서 시작된 민원 전화는 지난해까지 1,147건이 걸려왔다. 사나흘에 한 건 이상 같은 사람에게 동일한 내용의 상담을 한 셈이다. 하지만 같은 민원이 반복됐다는 이유로 상담을 제한할 순 없었다. 민원인의 극심한 성희롱과 욕설에도 참고 응대하던 상담사들은 재단이 고소·고발에 나서면서 '모기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20다산콜센터, 5년간 약 8만 건 악성 민원 접수

20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24 감정노동자 보호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 제공

20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24 감정노동자 보호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 제공

시민과 고객 응대 과정에서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6년이 됐지만 각종 악성·강성 민원에 시달리는 상담사들의 속앓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각종 민원을 상담하는 '120다산콜재단' 상담사들은 지난 5년간 약 8만 건의 성희롱과 막말 등 악·강성 민원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120다산콜재단은 20일 서울시청에서 '2024 감정노동자 보호 컨퍼런스'를 열었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 노동자의 현황을 알리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서강숙 민원관리부장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20년~올해 10월) 120다산콜센터에 접수된 악·강성 민원은 8만363건으로, 연평균 1만6,000건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극심했던 2022년 한 해에만 2만4,295건의 악·강성 민원에 시달렸다.

하지만, 전체 악·강성 민원 가운데 법적 조치가 취해진 경우는 단 35건에 불과했다. 성희롱·업무방해·폭언 등 처벌 가능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 민원 반복이나 비아냥거림, 하소연 등 다양한 유형에 적극 대응할 수 없는 이유다.

"끊을 권리 필요" "처벌 범위 확대해야"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주인공 소희는 통신사 하청 콜센터에 파견된 현장실습생으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고통받다 2017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홍수연양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주인공 소희는 통신사 하청 콜센터에 파견된 현장실습생으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고통받다 2017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홍수연양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전문가들은 다양한 상황에 처한 상담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처벌 규정 신설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우성)는 "성적수치심과 혐오감을 유발하는 발언의 경우 전화·문자는 통신매체로 구분돼 처벌이 가능하나 대면 상담 시엔 처벌 조항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감정노동자 보호 특별법' 필요성을 언급하며 "업무방해죄 외연을 확대하고, 상담사가 아닌 상담기관을 기준으로 반복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안충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센터장은 '끊을 권리' 보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안 센터장은 "콜센터 노동자의 대다수가 통화 중 폭언 등 노출 시 끊을 권리를 보장하는 게 효과적인 대응 방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먼저 끊기 어려울 경우 1인당 통화시간 및 상담횟수 제한으로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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