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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27%·영남 25%', 지역 혐오로 넘어온 정치 혐오

입력
2024.11.21 04:30
수정
2024.11.22 07:28
25면

편집자주

정치현안과 사회적 난제에 대한 ‘한국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올바로 이해해야 합의가능한 해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심층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와 의견을 담고자 합니다.


한국인에 대한 오해⑦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MZ세대, 거주 원하는 서울
제주와 강원도 애착률 높아
지역갈등 재점화 유의해야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과반을 넘고 지방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인구절벽 현상이 심각하다. 수도권 집중 및 지방소멸 상황을 사람들의 생각을 통해 진단해보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거주자 정보에 따르면 주요 지역별 성인남녀 분포는 서울이 19%, 경기 26%, 인천 3%로 과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부산·울산·경남이 대략 25% 내외, 대구·경북 지역과 대전·충북·충남·세종 지역, 광주·전북·전남 지역은 각각 10% 내외에 불과하다. 강원이 2.9%, 제주는 1.3%가량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2030세대의 두드러진 서울 거주 애착

실제 거주와 살고 싶은 지역을 비교한 결과, 큰 차이가 확인됐다. 진보정책연구원·한국사람연구원·한국리서치가 10월 2~7일 전국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셔널어젠다 2024' 웹조사의 분석 결과다. '국내에서 가능하다면 가장 살고 싶은 지역'을 선택하게 한 결과, 서울을 꼽은 비율이 32%로 가장 높았다. 경기(18%)와 인천(2%)까지 포함하면 서울 포함 수도권에서 살고 싶다는 응답자가 과반을 넘었다.

거주 희망인구가 실제 거주인구보다 많은 곳은 서울(14%p 초과), 제주(5%p 초과), 강원(2%p 초과)에 불과했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거주 희망비율이 실제 거주비율보다 각각 12%p가량 더 낮았다. 다른 지역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주 희망인구가 실제 인구에 못 미쳤다. 결국 최선호 지역인 서울로 가고 싶지만, 수용 인원 초과로 유출되거나 진입 전 단계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셈이다.

살고 싶은 지역에 대해서는, 세대별 차이가 뚜렷했다. 2030세대는 서울을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은 비율이 40%를 상회했다. 이들 세대가 학업이나 경제적 기회 등 합리적 선택을 넘어, 서울 거주에 대한 심리적 애착을 뜻하는 일종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현상이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후자의 영향이 작동하는 것이라면 경제적 기회의 확장만으로 지방소멸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 현재 살고 있는 곳을 꼽은 비율 즉, '지역 애착률'은 서울이 77%, ‘부울경’ 64%, ‘강원·제주’ 지역이 60%로 높았다. 반면 ‘경인지역’ 거주자와 ‘호남거주자’는 희망 거주지역으로 자기가 살고 있는 광역권을 꼽은 비율이 각각 49%, 41%에 머물렀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진보층 55%, '영남에 살고 싶지 않다'

가장 살고 싶지 않은 지역을 꼽는, 지역혐오감 질문에서는 정치색이 드러났다. 개별지역으로 보면 전남(16%)이 서울(16%)과 함께 가장 높은 응답을 받았다. 광주 6%, 전북 5%를 합하면 응답자의 27%가 ‘호남’을 살고 싶지 않은 곳으로 꼽은 셈이다. 같은 질문에 대해, 영남을 꼽은 비율(대구·경북 17%, 부산·울산·경남 8%)이 25%에 달했다.

문제는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감이 이념 성향 같은 정치 성향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진보층에서는 ‘가장 살기 싫은 지역’으로 ‘대구·경북’을 꼽은 응답이 33%, ‘부울경’을 꼽은 응답이 12%로 과반을 넘었다. 보수 성향의 계층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광주·전북·전남'을 꼽은 응답이 과반에 육박하는 47%였다.

한국 사회에서 영호남 갈등이 약화하는 대신 수도권-지방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본 조사 결과는 정치적 지역갈등이 지역혐오로 점화될 위험성에 대해 경계해야 할 필요를 보여주고 있다. 정치갈등이 커지면, 그나마 잠복했던 지역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정치학 박사
대체텍스트
정한울한국사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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