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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는 왜 中에 '사드 장비 교체' 사전 설명했나... 저자세 외교 논란

입력
2024.11.20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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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北 4차 핵실험 이후 사드 배치 공론화
中 한한령 발동… 문 정부, '3불'로 중국 달래기
2018년 미중갈등 격화, 불똥 튈까 '정치적 결정'
"당시 中 한국 관리 절실… 정세 판단 미스·빈손 외교"

2022년 10월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에 이날 추가 반입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국방부 영상공동취재단

2022년 10월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에 이날 추가 반입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국방부 영상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는 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 교체를 중국에 미리 알려야만 했나. 감사원이 2020년 5월 당시 정부 대처가 부적절했다며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등 고위급 인사 4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 정부의 전략적 판단인지, 아니면 대중 저자세 외교인지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건 2016년 7월이다. 그해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일주일 뒤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공론화했다. 2월 북한이 사거리 1만2,000㎞에 달하는 광명성 4호를 발사하면서 한반도 사드 배치는 공식화됐다.

중국은 곧장 반발했다. 이듬해인 2017년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옥좼다. 한국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국내 연구기관이 추산한 피해액은 최대 15조 원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중국 달래기가 급했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 과정에서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앞다퉈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의 3가지를 하지 않겠다면서 '사드 3불'을 강조했다. 다만 중국과 입장이 달랐다. 중국은 3불이 "한중 양국 합의"라고 주장한 반면, 우리 측은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일 뿐 국가 간 약속이나 합의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중국은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도록 운영을 제한하는 '1한'을 일방적으로 제기해 논란을 키웠다.

2019년 12월 8일 민주화 요구 시위 6개월을 맞아 홍콩 시민인권전선이 주최한 인권의 날 행진에 수많은 시위대가 참여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2019년 12월 8일 민주화 요구 시위 6개월을 맞아 홍콩 시민인권전선이 주최한 인권의 날 행진에 수많은 시위대가 참여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2018년 미중 갈등이 폭발하면서 한중관계에 다른 변수가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퍼부으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했다. 2019년 홍콩 민주화시위가 확산되면서 미중 양국은 경제 이슈를 넘어 정치적으로 격하게 대립했다. 2020년 5월 미사일을 비롯한 사드 장비 교체 당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중국의 민감한 반응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에 문 정부는 사드 성능 개량이 아닌 노후장비 교체라는 점을 사전에 설명해, 미중 갈등의 불똥이 한국으로 튀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경두 전 장관은 19일 본보 통화에서 "외교·안보 관리 및 국익에 유리하도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에 사전 설명한 건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지, 군사기밀을 중국에 유출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시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중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문 정부의 판단은 외교적 실리가 없는 '저자세 대중 외교'의 단면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시 미중 갈등 격화로 중국은 한국이 미국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추가 보복 우려는커녕 사드 보복 철회 등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목적이 있다면 적절한 선에서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당사자들의 해명처럼 NSC 차원에서 외교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 스스로 정세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고 무능한 결정을 했다고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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