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맛 일품 깡소주"... 툭하면 음주 장면 '나혼산' 결국 주의 조치

'TV 수신료 분리징수' 사안 다루며
자사 유리하게 보도한 KBS도 주의

지난해 7월 14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예능인 박나래가 복분자주 등이 담긴 술을 마시고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대해 음주를 미화했다는 이유로 법정 제재를 가했다.

18일 방심위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나 혼자 산다'의 지난해 7월 14일 방송분에 대해 '주의'를 의결했다. 법정 제재인 주의 조치를 받게 될 경우 방송사는 향후 재허가·재승인 과정에서 감점이 된다.

방심위 주의를 받은 방송에서 예능인 박나래는 자택 정원 손질을 마친 뒤 복분자주 등을 섞어 만든 음료를 '노동주'라고 부르며 한 번에 마셨다. 박나래는 "나만의 딸기 셰이크다" "잔디 노동을 잊게 하는 최고의 노동주"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나 혼자 산다'는 이날 방송 외에도 연예인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을 자주 내보내며 '깔끔한 맛이 일품인 깡소주' '목젖을 때리는 청량감' 등 자막을 달았다.

'나 혼자 산다'는 15세 이상 시청 가능한 예능 프로다. 청소년도 즐겨 보는 방송인 만큼 음주 장면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공영방송은 시청자에게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야 하는 책무가 있음에도 시종일관 음주를 미화하고 술이 마치 모든 것의 피로회복제인 듯 과장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인도에 자유언론국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 및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홍인기 기자

방심위는 이날 회의에서 TV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사안을 다루면서 자사에 유리한 내용만 보도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1 TV의 'KBS 뉴스9'(2023년 6월 7일 등 방송)에 대해서도 주의를 내렸다. 류 위원장은 "수신료 통합 징수로 불편을 겪는 시청자가 많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봐서 TV를 아예 안 보는 가구도 많다"며 "이런 측면에서 분리 징수에 찬성하는 그룹도 있었는데 그런 걸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