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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 추천제' 사실상 폐지… 내년부터 고법부장도 지법원장 가능

입력
2024.11.18 17:15
수정
2024.11.18 17: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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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표 개혁이지만 '포퓰리즘' 비판
지·고법 엄격 분리 벗어나 '인재풀 확장'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부터 사법부가 도입한 '법원장 후보추천제'가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간다. 법원 소속 판사들이 추천한 후보를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이 제도는 사법부 민주화를 위한 방안으로 추진됐지만, 인기투표로 전락해 '사법 포퓰리즘'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8일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2019년부터 5년간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시행됐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으로 여러 문제와 부작용이 지적되는 등 논란이 계속돼 왔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새로운 법원장 보임 절차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새 절차의 핵심은 사법부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검증을 강화해 객관성과 적격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김 전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면서 2019년 도입했다. 지법 소속 판사들이 추천한 같은 법원 법관 중에서 법원장을 임명하는 것이다. 법관 인사 이원화(고법·지법 판사 인사 분리)를 뒷받침하는 제도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실력 있는 고법 부장판사들의 법원장 보임을 막아 사기를 떨어뜨리고 법원이 구성원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는 부정 평가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올해 초 정기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았다. 정기인사를 앞두고 추천 등 절차를 거치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결국엔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폐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대법원은 내년 정기인사에서의 추천제 시행 여부를 두고 사법정책자문위원회 등 법원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다양한 의견 검토 끝에 대법원은 결국 법원장 보임 과정에서 지법 소속 법관뿐 아니라 전국 모든 법관 등 사법부 구성원들로부터 자유롭게 후보 추천을 받기로 했다. 심사에 동의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법관인사위원회에서 근무평정 및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심의한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장이 경력과 전문성에 비추어 각급 법원의 법원장을 임명하게 된다.

천 처장은 "2025년 법관 정기인사에 지법원장은 원칙적으로 지법 소속 법관 중에서 보임하되, 한시적으로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일부 지법원장은 고법 부장판사가 보임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둘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엔 고법 부장판사(차관급)가 법원장으로 승진하는 요직이었지만, 지법·고법 분리 이후엔 이들이 더 이상 승진을 하지 못하며 큰 박탈감을 호소해 왔다. 이번 조치는 법원장 후보군을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고법 부장판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 처장은 이러한 결정이 "일정한 과도기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천 처장은 "그 보임 규모를 점차 축소하고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장 임기 중에 이러한 과도기적 운영을 마무리해 이후부터는 지법과 고법 모두에서 새로운 법원장 보임 제도가 원만하게 도입 및 정착될 수 있는 안정적 여건을 빨리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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