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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주의가 빈곤 불러온다" 트럼프 저격한 베트남 대통령

입력
2024.11.17 16:16
수정
2024.11.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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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경기 침체·갈등으로 이어질 것" 우려
"지금까지 나온 트럼프 비판 중 가장 강력" 분석

16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도중 르엉끄엉(뒷줄 오른쪽) 신임 베트남 국가주석이 안와르 이브라힘(앞줄 오른쪽) 말레이시아 총리,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뒷줄 왼쪽) 미국 대통령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리마=로이터 연합뉴스

16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도중 르엉끄엉(뒷줄 오른쪽) 신임 베트남 국가주석이 안와르 이브라힘(앞줄 오른쪽) 말레이시아 총리,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뒷줄 왼쪽) 미국 대통령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리마=로이터 연합뉴스

베트남의 신임 국가주석이 세계 각국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노선인 보호무역 기조를 정면 비판했다.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건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 후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과 관련, 대(對)미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르엉끄엉 베트남 신임 국가주석은 지난 1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무역 전쟁은 경기 침체와 갈등, 빈곤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국가는 규모에 관계없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며, (자국) 결정이 중요하고 광범위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끄엉 주석은 또 “각국의 고유한 개발 수준과 상황을 간과하고 과학적 근거나 객관적 평가 없이 무역·투자 기준을 부과하는 것은 수백만 개의 일자리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하며 혁신을 억제한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로섬 게임(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상황) 사고 방식을 넘어서고, 국가주의적 정책 결정이 불러올 왜곡을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끄엉 주석은 지난달 21일 취임한 베트남의 새 지도자다. 대내외적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 역할을 맡는데, 국가 서열 2위에 해당한다. 베트남은 서열 1~4위인 서기장(국정 전반),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2020년 12월 베트남 흥옌성의 한 의류 수출기업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옷을 제조하고 있다. 흥옌=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년 12월 베트남 흥옌성의 한 의류 수출기업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옷을 제조하고 있다. 흥옌=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끄엉 주석이 연설에서 특정 국가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연설은 미국, 특히 내년 1월 말 미국 대통령직에 오르는 트럼프 당선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끄엉 주석의 발언은) 지금까지 나온 트럼프 당선자의 무역 접근 방식에 대한 비판 중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작심 발언’ 배경에는 경제 문제가 있다. 올해 1~10월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는 861억 달러(약 120조1,956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9%나 증가했다. 중국·유럽연합(EU)·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이 때문에 미국 우선주의와 초강경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 후 관세 인상, 무역 제한 조치를 본격적으로 취할 경우 베트남으로선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 대선(11월 5일) 직전,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면 각종 규제의 여파로 베트남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타마라 헨더슨 블룸버그 경제분석팀 아시아담당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내년 동남아시아 대부분 지역의 성장 전망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베트남의 경우엔 당장 외국인 직접투자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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